2026년 10월 21일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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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네 이야기

"말씀과 은혜, 그리고 가족의 소중한 삶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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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김창선 예상 밖의 손님들 • • 읽는 시간 약 4분
키워드: #예상 밖의 손님들

이번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습니다.비도 많이 왔고요. 그래서 마당과 채전의 풀들은 끝없이 자라나서 제 일거리가 많아지기도 했지요. 그래도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제법 부는 걸 보니 얼마 있지 않아 여름도 막을 내릴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자주 물어봅니다. “사모님, 피서 다녀오셨습니까?” “아니요, 나중에 가려구요.” 실은 나중에 피서를 간다는 건 아니고 이래저래 남편이 교단 일로 가을에 미주 고신총회에 다녀올 일들이 있다 보니까 올 여름 피서는 생략하기로 한 것이지요.

그래도 아들 며느리가 여름휴가라고 내려와서 한참을 우리와 함께 있었습니다. 아들이야 일을 해야 되니 오래 있지 못했지만 며느리와 손녀들이 먼저 와있었지요. 손도 대지 않고 놓아둔 피아노를 치며 매일같이 노래를 부르고 노는가 하면 연못의 개구리를 잡겠다고 마당을 뛰어다니는 것을 보니 휴가가 이래서 좋은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나는 식구들 밥을 해 먹이느라 좀 바빴지만 말입니다. 아들이 어릴 적에 엄마랑 케이크 구웠던 추억들이 참 좋았다는 말에 손녀들과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는 이벤트도 벌였지요.

그래서 우리 손녀들의 기억 속에 아름다운 추억들이 만들어진다면 나는 ‘추억의 박물관’ 관장 노릇을 잘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면서 나의 ‘추억의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아직도 반짝반짝 빛나는 기억들을 떠올려보았습니다. 도시에서 스물네 평 아파트에 일곱 식구가 복닥거리며 살다가 방학이 되면 종업식 하기가 무섭게 청송에 있는 외가로 달려갔습니다. 길도 험한데다 교통편도 불편해서 안동에서 내려 완행버스를 타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늘 밤잠을 설칠 만큼 설레기만 했더랬지요. 방학기간이라 그런지 아니면 늘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버스는 몸을 바로 세울 수 없을 만큼 만원 버스였고 동생들을 챙겨서 가는 일이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외가에 도착하면 반가운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정말 버선발로 뛰어나와 반겨주시던 외할머니, 아이들 왔다며 씨암탉 잡아주시던 외숙모님의 남다른 사랑은 아직도 감동적입니다. 대문 앞의 호두나무에서 떨어진 호두를 아직 도 익자면 멀었는데도 두들겨서 까먹던 일들이며 뒤뜰의 금잔화랑 피어있던 노랑꽃들, 아침 일찍 큰오빠를 따라 강에서 금방 잡은 물고기들을 고추장 양념에 지져놓고 텃밭에서 따온 고추를 된장찌개랑 먹었던 아침밥상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밤이면 호롱불을 켜고 입담 좋은 외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듣다가 할머니 곁에서 잠들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지게 되지요.

가난하고 불편했던 시절이었지만 반겨주는 분들이 계셔서 좋았고, 서로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렇게 한바탕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그래도 엄마 아빠가 계신 집이 제일 좋았습니다. 조금은 극성이신 우리 어머니 잔소리도 지금 생각하면 사랑의 표현이었지요. 내가 맏딸이라고 무조건 믿어주셨던 우리 아버지, 특별히 칭찬하는 말을 하시지는 않았지만 말없이 믿어주시는 눈빛과 표정을 왜 모를까요. 아옹다옹 다투기도 했던 동생들이었지만 큰누나를 제일 좋아했던 막내까지 우리는 한 가족이었습니다.

한 가족,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귀중한 축복인 것 같습니다. 우리의 자녀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믿음의 유산을 물려주고 원래 하나님으로부터 시작된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기본 단위인 가족 말입니다. 이 땅의 가정들이 하나님의 은혜로 잘 지켜지고 가꾸어져 가기를, 그래서 본래 하나님께서 의도하셨던 천국의 모형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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