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수) |

Jungs' Story · Family Archive

정가네 이야기

"말씀과 은혜, 그리고 가족의 소중한 삶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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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하나님의 선물

김창선 예상 밖의 손님들 • • 읽는 시간 약 5분
키워드: #예상 밖의 손님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봄은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마당에 수선화도 올라오고 목련은 언제부터인가 봉오리를 맺고 터트릴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당을 돌아보며 손녀들이 지난 구정 때 와서 꽂아놓은 막대기들을 보았습니다. 감씨며 사과씨를 심어놓고는 막대기를 꽂아 ‘감나무’, ‘사과나무’라고 표를 해 두었더군요. 바쁘기도 하고 워낙에 무심해서 좀처럼 손녀들이라고 보고 싶어 하지도 않는 사람이지만 갑자기 구정 때 다녀간 식구들이 생각납니다.

삽화

명절 때마다 온 가족이 다 모이는 바람에 지난 구정에도 밥쟁이인 나는 밥 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요. 어머님, 형님 내외분, 우리 아들 식구들, 결혼한 조카들까지 모이니 방이 모자랐지만 이번에는 동서네가 올 상황이 아니라 빠지는 바람에 그나마도 좀 여유가 생겼습니다. 게다가 한 주 전부터 내려온 서울 아들 식구 다섯 명이 몽땅 독감에 걸렸지요.

비교적 심한 아이들 때문에 소아과를 갔었는데 원장 선생님께서 바로 검사를 해 보시더니 둘째가 신종플루라는 것입니다. 식구들에게 옮기면 안 되니까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어떻게 해야 할지 의논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면역이 가장 약하신 어머님과 편찮으신 형님이 제일 문제가 되겠다 싶어 여쭈었습니다.

아이들을 보내기 싫어하셔서 그런지 괜찮다고 주장하시는 우리 어머님께 제가 좀 심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님 이거 무서운 것이거든요. 작년 겨울에 사람들이 죽기도 했잖습니까.” 용감하신 우리 어머님, “아이고 나야 걸리면 죽으면 된다. 천국 가면 되지. 안 그래도 천국 빨리 가는 법이 없나 했다. 어디 돈을 주고라도 갈 수 있으면 그리 하겠다만…” 연세가 아흔 둘인데 아직도 정정하시고 안경을 끼지 않고도 성경을 보시는가 하면 귀도 밝으시고 정신도 여전하셔서 말씀은 우리들보다 더 잘하십니다.

하지만아무래도 연세가 연세이신지라 몸이 예전 같지는 않아 불편한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보니 어떤 때는 그리 말씀을 하시기도 합니다.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어머님. 하나님께서 어련히 알아서 데려가실 텐데 뭘 그리 서두르세요. 아직 어머님 하실 일이 많이 있거든요. 목사 큰 아들 목회를 위해서도 기도하셔야 되고 나이가 서른여섯인데 아직도 장가 안간 둘째 손주도 기도제목이고 둘째 아들네 집 손녀도 어머님 기도를 필요로 하는데 말입니다.” 어쨌거나 어른들이 모두 반대를 하는 바람에 그냥 올라가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도 기특하게 신종플루에 걸린 녀석은 증조할머님과 고모할머님 곁을 슬슬 피해 다녔습니다. 그 날 밤에는 열이 많이 올라 고생을 좀 했지만 타미플루를 먹고 다음 날 부터는 빨리 회복이 되었습니다. 작년에 입양한 손자 녀석은 내려올 때는 기는 모습이 좀 서툴더니 며칠 사이에 실력이 아주 늘어서 가고 싶은 곳은 다 기어 다니는 모습도 예뻤지요. 누나들이 서로 동생 곁에 자겠다고 해서 순번을 정해야 하기도 했고요.

설거지 선수인 우리 동서가 없었지만 아들이며, 조카며 남자들까지 설거지를 거들어 주어서 고마웠습니다. 조카며느리는 제 곁에서 음식하는 것을 배우겠다고 열심히 거들고 조카사위는 오래된 우리 집 식탁 의자의 헐거워진 나사를 조여 주느라고 한참 부산을 떨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형님이 화장실에서 나오다 말고 갑자기 의식을 잠깐 잃어버리는 통에 응급실로 달려가야 하는 일도 생겼습니다. 아마도 혈압이 떨어진 줄도 모르고 혈압약을 먹어 저혈압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저래 난리를 치르고 사람들이 다녀갔습니다.

모처럼 조용한 시간을 내어 생각하면서 미소를 짓습니다. 우리에게 가족을 허락하신 좋으신 하나님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아파도, 힘들어도, 늘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 가족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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