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수) |

Jungs' Story · Family Archive

정가네 이야기

"말씀과 은혜, 그리고 가족의 소중한 삶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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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사이

김창선 예상 밖의 손님들 • • 읽는 시간 약 5분
키워드: #예상 밖의 손님들

저희는 매 주일 점심 도시락을 싸서 아침 7시에 교회로 갑니다.다들 무슨 바구니냐고 묻는데 대단한 것은 아니고 그냥 집에서 먹듯이 현미밥에다 생선 찌개나 조림이며 나물과 김치를 담고 간식과 후식으로 과일이 몇 개 있는 정도입니다. 목사님이 식사할 시간이 마땅치 않으니 2부 예배를 마치고 잠깐 쉬는 틈을 타서 점심식사를 합니다. 아침을 5시 반에 먹었으니 아직은 오전이지만 11 시 반에는 점심을 먹어야 됩니다. 12시에 시작하는 3부 예배를 위해서지요. 그 시간에 손님이라도 찾아오면 밥 먹는 시간이 부족하지만 우리 둘 다 이력이 나서 밥을 빨리 먹어 치우는 데는 어려움이 없지요.

밥을먹다 말고 생선토막을 나누어 놓고 남편이 묻습니다. 이 중에서 어느 것을 먹을 것인지 말입니다. 잽싸게 내가 대답을 합니다. “나는 안 먹고 싶은데요. 오늘은 물에 빠진 생선은 생각이 없네요.” 언젠가〈집으로〉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초등학교 5학년인 손자가 할머니가 해주신 닭백숙을 보고 “누가 닭을 물에 빠뜨리랬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 한 말입니다. 어머님과 형님 그리고 남편은 물기가 있는 지진 생선을 좋아하십니다. 하지만 아주버님이나 저는 물기 없는 구운 생선을 좋아하지요. 그래서 되도록이면 두 가지 다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스스럼없이 내뱉는 내 말에 남편이 기가 차서 멍하니 쳐다보면서 웃습니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생각도 안 해보고 안 먹겠다고 하나요? 뭘 믿고 그렇게 큰 소리를 치냐고?” “뭘 믿다니요? 내가 당신 안 믿으면 누굴 믿나요?” 그러자 남편이 의아해합니다. “나를 믿는다고? 안 먹는다고 해도 내가 줄 줄 믿나 보지?” 내가 웃으면서, 하지만 진지하게 답을 했습니다. “아니요, 내가 하고 싶은 말, 내 맘을 있는 그대로,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솔직하게 말해도 되는 사람, 당신이 함께 있어서 참 좋습니다. 내가 이 말을 하면 상대방이 힘들어할까? 아니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런 생각 안하고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해도 당신은 나를 받아주고 나무라지 않을 거라고 믿거든요.” 남편이 웃으며 그냥 고개를 끄덕입니다.

어려서부터 워낙에 교과서에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인 나는 늘 말하는 것이 조심스러웠지요. 실수할까봐 조심하느라 제 때에 할 말을 못하고 마는 때가 많았습니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도 서투르고 망설여져서 제대로 감정표현을 하지 못했지요. 싫어도 싫다는 말도 제대로 할 줄 모르고 화가 나도 그냥 참아버리고 말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감정표현이 서툴 뿐만 아니라 아예 감정을 느끼는 것조차도 서툴러서 좋은지 나쁜지도 구분이 안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주님을 만나면서 아니 주님께서 나를 찾아와 주셔서 내가 어떤 모습인지에 상관없이 나를 변함없이 사랑하신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리고 거룩하신 주님 앞에 서면서 내가 얼마나 죄악 가운데 있는 자인지도 가르쳐 주셨지요. 내가 나 될 수 있는 것은 주님 때문이었습니다. 그 전에는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했지만 내가 잘난 줄로 생각했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나의 약점은 되도록 감추고 싶어 했지요. 그래야 내가 인정받고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 줄 알았으니까요.

주님 앞에서 내가 있는 모습 그대로 나아가는 것을 배우면서 사람들 앞에서 도 그럴 수 있는 용기가 조금씩 생겼습니다. 주님 다음으로 나를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삼십팔 년을 살면서 이제는 있는 모습 그대로여도 편안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맥스 루케이도가 그랬던가요? ‘아침 여섯 시 반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당신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말입니다. 자고 일어나서 세수도 하지 않고 머리도 빗지 않았지만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 곁에 있어서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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