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수) |

Jungs' Story · Family Archive

정가네 이야기

"말씀과 은혜, 그리고 가족의 소중한 삶의 기록"

목록으로

한여름 이야기

김창선 예상 밖의 손님들 • • 읽는 시간 약 5분
키워드: #예상 밖의 손님들

이번 여름은 더워도 너무 더웠습니다.웬일인지 올해는 짧은 장마가 그치고 나서, 8월 한 달 울산의 기온이 전국에서 최고를 기록하며 섭씨 40도를 육박했지요. 제일 더운 주간에 미국에서 큰며느리와 손주들이 왔습니다. 그러니 여간해서는 켜지 않는 에어컨을 오후 시간에 잠깐 켜기도 했지요. 증손들을 핑계한 어머님의 요구를 따라 올 여름 들어 처음으로 가동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막내 재영이의 아토피 때문에도 켜야 했습니다. 그동안 살던 샌프란시스코와는 다른 한국 여름의 덥고 습한 기후 때문에 좀 고생을 하기도 했고요. 다행히 그리 심하지는 않았고, 손으로 온 몸을 긁긴 했지만 성격이 무던한 녀석이라 잘 견뎠습니다.

삽화

그 더운 날들을 이제 두 돌이 막 지난 재영이의 재롱 덕분에 견딜 만 했습니다. 할아버지를 닮았는지 아주 장난꾸러기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지요. 증조할머니가 방에서 나오신다 싶으면 보행기며 지팡이를 챙겨드리느라 바쁘기도 하고, 할머니의 얼굴에 뽀뽀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서슴없이 퍼붓는 녀석입니다. 하긴 미국에서도 길거리에서나 마트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무차별하게 손 뽀뽀를 날리는 녀석이니까요. 처음에는 나에게 ‘이모’라고 불러서 당황스럽게 하기도 했지만 곧 바로 ‘할머니’라며 따라주었지요. 아침에 일어나서 할아버지 서재로 가서는 “어, 없다.”라며 할아버지부터 챙기기도 하고 말입니다. 위로 누나들도 착하고 예쁘게 자라서 케이크를 굽는 일도 도와주고 동생을 잘 돌봐주더라고요. 어머님도 그동안 좀 적적해 하시다가 오랜만에 아이들이 와서 집이 북적거리니 좋아하셨습니다.

가장 더운 날 오후에 손님들이 오셨습니다. 네팔에 계시던 선교사님은 혼자 오셨고 중앙아시아에서 선교하시다가 최근에는 국내사역을 하고 계시는 선교사님 가정은 다섯 식구가 모두 오셨지요. 마당 한편에 있는 벚나무 그늘 아래에 둘러앉았습니다. 워낙 더운 날씨라 그 곳도 별로 시원할 리 없었지만 그래도 함께 얘기를 듣고 웃다보면 더위도 잊을 만 했지요. 서울에, 포항에, 그리고 대전에 흩어져있는 자녀들이 방학이라 잠깐 짬을 내어 부모님과 후원교회며 친지들을 방문하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훌쩍 자란 세 자녀는 이제 청년들이었습니다. 부모님의 헌신을 따라 중앙아시아에서 자랐고 또 지금은 한국에 와 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신앙 가운데 잘 자라 멋있는 모습을 갖추어가고 있었습니다. 첫째인 에스더는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중인데 다문화가정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둘째는 한동대에, 막내인 셋째는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이야기가 마무리 되어갈 때 쯤 우리를 위해 찬양을 하고 싶다고 사모님이 제안을 하셨습니다. 다섯 식구가 함께 너무도 아름다운 찬양을 하시는 것입니다. 더위 정도는 얼마든지 잊어버릴 수 있는 하모니였습니다. 우리는 또 앙코르를 외쳤고 한 곡을 더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가족이 하나 되어 부르는 찬양이어서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또 진해 쪽에 있는 다른 교회를 방문해야 한다고 길 떠나는 에스더에게 “방학이라 가족이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좋겠다.”고 말했더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습니다.

여름이 무척 더웠지만 방학이고 휴가라는 이름으로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아름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어린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큰아이는 벌써 세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어 있고, 며칠 있으면 둘째도 자기 가정을 꾸려 독립을 하겠지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가족’이라는 끈으로 만나게 하신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각자 삶의 터전에서 부르심을 따라 살아가면서도 서로를 끝까지 사랑할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이 말입니다. 병원을 가보면 거의 예외 없이 병상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은 가족이거든요. 변함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조금은 닮은 것 같은, 그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마지막 대상이 가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글 공유하기
글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정가네 이야기 소식 구독하기

새로운 글과 신앙 칼럼이 올라올 때 가장 편한 방법으로 소식을 받아보세요.

카카오톡 채널 (소식 전용)

피드 전용

1:1 채팅 없이, 카카오톡 '소식' 탭에서 새로운 칼럼과 글을 조용하고 깔끔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WhatsApp 채널 (Global)

Global

해외 가족 및 지인을 위한 공식 WhatsApp 채널입니다. 새로운 글 발행 즉시 알림을 드립니다.

RSS 리더기를 사용 중이신가요? RSS 피드 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