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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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네 이야기

"말씀과 은혜, 그리고 가족의 소중한 삶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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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남은 숙제

김창선 예상 밖의 손님들 • • 읽는 시간 약 5분
키워드: #예상 밖의 손님들

막내 장가 보내고 떨이 턱을 한다고 가까이 계신 목사님 사모님 두 가정과 함께 집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떨이 턱은 핑계고 만나보고 싶고, 나눌 말씀들도 있으셨나 봅니다. 한 분 사모님이 큰 며느리가 아기를 가졌다는 얘기서부터 또 다른 분은 스마트 폰에 있는 손주들 사진을 꺼내어 자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을 보니 우리가 꽤 나이를 먹었나 봅니다. 그러잖아도 사모님이 그러시네요. “나만 결혼하면 숙제를 다 하는 줄 알았던 시절이 정말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자식들 결혼 시켜야지요, 손주도 봐야지요, 참 숙제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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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말입니다. 며칠 전에 오신 선교사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요즈음은 목사님들을 보면 다 동생 같다고….” 예전에 우리가 삼십대 한창 젊을 때에 남아공화국에서 만난 어떤 은퇴 교수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나는 나이를 먹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보니까 군인들과 경찰들이 다 동생 같더라고. 그래서 ‘아! 내가 나이를 꽤 먹었구나’ 생각했지. 그런데 좀 더 있으니까 목사들이다 동생 같데. 그런데 조금 더 있으니까 교수들과 상원의원들이 다 아들들 같은 거야. 그제서야 ‘아! 내가 나이를 먹어도 상당히 먹었구나’라고 생각했지.” 예,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사람은 죽을 때까지 자기가 이팔청춘인 줄 안다고요.

요즈음 뉴스를 듣다보면 아나운서가 서슴지 않고 ‘60세 노인이’ 어쩌고저쩌고 한단 말입니다. ‘60세 노인이라니! 벌써? 노인은 팔십 세 쯤 되어야 노인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60대 중반인 제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긴 내가 이십대에 는 오십 살만 되어도 노인이라고 생각했었지요. 뿐만 아닙니다. 이미 수년 전에 지리산에 갔을 때 장터목 대피소에서 남편 약을 갖다드리려고 남자 숙소를 기웃거리고 있었는데, 삼십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분이 나와서 내 얼굴을 보더니 “아, 안에 계시는 어르신 찾으세요?”라는 것입니다. 순간 ‘어르신 맞나? 아, 맞겠다. 배낭 메고 온 등산객들 중에 우리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잘 안 보였으니… .’ 또한 사춘기, 사추기, 갱년기, 거기다가 회갑 진갑도 다 지났으니, 또 손주를 셋이나 봤으니 명실공히 할머니가 된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가 엊그제 같은데도 말입니다.

어쨌거나 인생에서 숙제는 늘 있는 것이고, 숙제할 때가 되면 숙제는 해야 되고, 그러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세대가 바뀌어 가겠지요. 한 세대가 가면 다음 세대가 오는 것이고 말입니다.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이전 세대들의 가풍이며 언어며 문화와 신앙을 전수하면서 흘러가겠지요. 신앙인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숙제는 믿음을 물려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창세기 18장 19 절 말씀에 “내가 그로 그 자식과 권속에게 명하여 여호와의 도를 지켜 공의와 정의를 행하게 하려고 그(아브라함)를 택하였나니 이는 나 여호와가 아브라함에게 대하여 말한 일을 이루려 함이니라.”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신 것은 나의 자식과 권속으로 하여금 여호와의 도를 지키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말씀입니다.

나이가 들고 본향 갈 날이 점점 가까워 올수록, 젊은 날에 소중하다고 붙잡고 있었던 것들도 별 것 아니고, 다 지나가는 것들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언제 본향으로 부르실지 모르겠지만 남은 삶은 정말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을 살아서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믿음의 유산을 전해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리고 이제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받아주고 격려하고 축복하는 데 얼마 남지 않았을 시간을 쓰고 싶습니다. 일보다는 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비난하기 보다는 칭찬하며, 삐치고 섭섭해하기 보다는 먼저 사랑하는 맘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더 이상 상황이 우리를 다스리도록 버려두지 않고, 주님 주신 새로운 성품이 우리를 다듬어가도록 남은 날들을 더욱 소중하게 사용하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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