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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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네 이야기

"말씀과 은혜, 그리고 가족의 소중한 삶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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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닮아가기

김창선 예상 밖의 손님들 • • 읽는 시간 약 5분
키워드: #예상 밖의 손님들

삽화

서울을 다녀올 일이 있어서 KTX를 타고 대구에서 내렸습니다. 시계를 보니 한 시가 다 되어, 울산가는 버스를 타기 전에 점심을 먹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는데 무슨 체인점인지 우동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갑자기 식욕이 당기며 우동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막상 들어가보니 말이 우동집이지 순두부찌개며 돌솥비빔밥이며 여러 가지 메뉴가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굳이 우동을 시켰습니다.

첫 젓가락으로 우동을 입에 넣는 순간 쿡쿡 웃음이 나왔습니다. ‘내가 언제부터 우동을 좋아하게 되었지?’ 나는 원래 우동이나 국수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보니 남편은 면을 아주 좋아하는 분이었습니다. 모든 종류의 면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겁니다. 온면이든 냉면이든 라면, 국수, 스파게티 심지어는 불어터진 국수까지 좋아하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국수를 좋아하지 않다보니 주부의 횡포(?)로 국수가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지 는 않았습니다. “국수 좀 먹자”고 신청을 하면 그제야 국수를 만들곤 했습니다. 그래도 잘 해볼 거라고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밥보다 더 좋은 국수」, 「국수 & 면요리」등의 책들을 사기도 했지만 자주 먹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남편이 또 국수를 신청했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국수 한 번 먹자.” “그럽시다.” 쉽게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점심 때 심방을 하는 가운데 냉면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나는 저녁에 또 면을 먹고 싶지 않아서 “여보, 낮에 냉면 먹었으니 저녁에는 그냥 밥 먹으면 안 될까요?”라고 물었습니다. 남편이 대뜸 대답하는 말이 “아니, 당신은 아침, 점심, 저녁 세 번 다 밥을 먹어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하루 두 번 면을 먹는다고 왜 안되죠?” “그러네요···.” 생각해보니 그 말도 맞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나도 면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요즈음 와서는 남편이 혈당 관리를 위해서 되도록 국수를 먹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이제는 내가 국수를 한 번씩 먹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혼자 대구역 구내에서 점심을 먹는데 구태여 우동을 시켜먹는다는 것이 우스운 일이 아닙니까? 그러고 보니 35년을 함께 살면서 입맛뿐 아니라 서로 닮아진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하루는 남편이 “쓴 물건을 제 자리에 둬야지, 이렇게 아무데나 두면 찾기 힘들지요.”라고 합니다. 그냥 불쑥 한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 쳐다보면서 웃고 말았습니다. 이런 말은 그동안 내가 남편에게 했던 말입니다. 사람 좋아하는 남편과 살다보니 나도 사람들이 좋아졌습니다. 나도 모르게 “여보, 그 분들을 식사초대하면 어떨까요?”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남편이 초대하는 일을 도맡아 일을 벌인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느 집사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아니, 목사님이 일 만드는 줄 알았더니 이제 보니 사모님도 일 만드는 데는 한 수 하시네요.”

거의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우리가 만나 살면서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참 많았는데 살다보니 이제는 서로 많이 닮아지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친구로 함께 살게 됨을 감사하게 됩니다. 함께 살다보면 성격도 닮아가고 아마 모습도 닮아가는 모양입니다. 요즈음에 와서 “목사님과 많이 닮으셨어요.”라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 걸 보면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남편에게 그랬습니다. “내가 당신하고 닮았다네요. 나는 잘 모르겠는데···.” 남편이 “안 닮을 수가 있나, 맨날 서로 쳐다보고 함께 살고 있으니”라며 웃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면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맞아! 매일 쳐다보면서 함께 살면 닮아지는 거지, 주님을 날마다 아니 매 순간 바라보고 그 분의 말씀을 묵상하며 기도로 교제하게 되면 주님을 닮아가겠구나!’ 아직은 멀었지만 좋으신 그 분을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닮아가고 싶은 것이 제 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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