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수) |

Jungs' Story · Family Archive

정가네 이야기

"말씀과 은혜, 그리고 가족의 소중한 삶의 기록"

목록으로

나의 별명

김창선 예상 밖의 손님들 • • 읽는 시간 약 4분
키워드: #예상 밖의 손님들

오늘도 뭔가 미안한 일이 있어서 “여보, 미안해요.”라고 했더니“아니 또 미안분과 위원장 직무수행이오? 이제는 그만둘 때도 되지 않았나? 요즈음 위원회들이 통폐합 하두만”이라고 합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저는 왜 미안한 일들이 그리도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제 별명이 이것만은 아닙니다. ‘염려분과 위원장’에 ‘삐치기 선수’도 있습니다.

별명 이야기를 하니 나의 어릴 적 별명들도 생각이 나네요. ‘꼬마’, ‘곰배’, ‘눈 굵따〜이’ 등이지요. 그러고 보니 주로 신체적 특성으로 얻은 별명들입니다. 키도 작고 뒤통수가 유난히 튀어나온 데다 얼굴에 눈밖에 안 보인다고 놀릴 만큼 눈이 큰 아이였지요. 하지만 함께 사는 가족은 신체적 특성으로 별명을 짓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주로 친구들이나 친척들에게서 얻은 것들입니다. 좀 커서는 엄마가 지어준 별명들이 꽤 많습니다. 주로 행동에 관한 것들입니다. 솜씨, 마음씨뿐만 아니라 맵씨도 좋으셨던 우리 엄마가 볼 때 내가 일하는 모습이 답답하고 급한 것도 없다고 ‘답답이’, ‘태평이’라고 부르기도 했고 그렇다고 찬찬하지도 않고 덜렁댄다고 ‘털패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남편이 목회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어떤 집사님이 내게 지어준 별명이 또 하나 있습니다. ‘사분의 삼박자’입니다. 집사님들이 하는 농담을 내가 빨리 알아듣지를 못해서, 말하자면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고 꼭 사분의 삼박자 늦는다는 것이지요. 하긴 내가 워낙에 농담을 잘 알아듣질 못합니다. 그래서 얻은 또 하나의 별명이 ‘교과서’입니다. 너무 규범적이라는 것이지요. 참 별명이 많기도 합니다. 모두 다 다른 사람이 내게 지어준 별명입니다. 나와 그럴듯하게 어울리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내가 지은 별명도 있습니다. 꽤 오래전에 집단 상담을 하면서 내가 지은 나의 별명은 ‘들꽃’입니다.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꽃입니다. 아예 이름조차 없는 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예쁘기도 하고 메마른 길가에서 미소를 만들어내는 꽃입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 만든 이름입니다.

또 언제부터인가 내가 즐겨 사용하는 별명이 하나 있습니다.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려면 아이디가 필요한데 나는 아이디 난에 ‘브리스가’라고 적기를 좋아합니다. 바울 선생님이 성도들에게 문안하면서 자주 언급했던 이름 ‘브리스 가와 아굴라’, 그 ‘브리스가’입니다. 작은 할머니라는 의미의 이름입니다. 이제는 어느덧 제가 작은 할머니가 되지 않았겠습니까? 뿐만 아니라 남편 아굴라와 함께 초대교회 때 자기 가정을 열어 교회를 모이도록 했던 헌신된 삶을 살았던 분이라 제가 참 좋아하거든요.

이왕이면 이제는 좋은 별명을 갖고 싶습니다. 하긴 별명이라는 것이 그 사람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니까 별명 이전에 그런 삶을 살아야 되겠지요. ‘염려분과 위원장’ 보다는 ‘감사분과 위원장’, ‘미안분과 위원장’ 보다는 ‘사랑분과 위원장’, ‘삐치기 선수’ 보다는 ‘도우미 선수’ 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다보니 생각나는 시구가 있습니다. ‘지우고 다시 쓰는 생각’이라는 시입니다.

‘미운’사람의 ‘ㅁ’을 썼다가 지우고 ‘사랑’하는 사람의 ‘ㅅ’을 썼습니다.

처음에는 그를 미워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니 나는 그를 깊이 사랑하고 있습니다.

‘절망’의 ‘ㅈ’을 썼다가 지우고 ‘희망’의 ‘ㅎ’를 썼습니다.

이제 좋은 별명을 만들어가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이 글 공유하기
글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정가네 이야기 소식 구독하기

새로운 글과 신앙 칼럼이 올라올 때 가장 편한 방법으로 소식을 받아보세요.

카카오톡 채널 (소식 전용)

피드 전용

1:1 채팅 없이, 카카오톡 '소식' 탭에서 새로운 칼럼과 글을 조용하고 깔끔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WhatsApp 채널 (Global)

Global

해외 가족 및 지인을 위한 공식 WhatsApp 채널입니다. 새로운 글 발행 즉시 알림을 드립니다.

RSS 리더기를 사용 중이신가요? RSS 피드 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