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수) |

Jungs' Story · Family Archive

정가네 이야기

"말씀과 은혜, 그리고 가족의 소중한 삶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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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사람 바깥사람

김창선 예상 밖의 손님들 • • 읽는 시간 약 5분
키워드: #예상 밖의 손님들

엊그제 아침에도 뒷산을 다녀왔습니다.며칠 동안 운동을 할 수가 없었다며 잠깐 다녀오자는 것입니다. 열일을 제쳐두고 따라 나섰습니다. 시간이 넉넉지 않아 도중에 내려왔지만 아침 운동으로는 괜찮았습니다. 남편이 내려오는 길에 널브러진 나뭇가지들을 열심히 치우면서 하는 말입니다. “나는 왜 이렇게 길 만들고 치우고 손질하는 일을 좋아할까?”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으로는 ‘집에서는 전혀 치울 생각을 않으시면서… 정말 좋아하기는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또 남편의 허물을 들먹이는 나쁜 습관이 나올 것 같아 참았습니다. 남편은 말로는 정원 일 하기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실은 바빠서 시간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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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조금 있다가 내 속 마음을 알아챘는지 뒤를 돌아보며 “아이구, 우리 집 마당 가꾸는 일은 하지도 않으면서”라며 웃었습니다. “그러게, 집 마당에도 치울 일이 많구먼, 당신은 아무래도 바깥양반이어서 그런가 봐요. 집안일은 안사람인 나한테 맡기면 되니까”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꽤 가시가 있는 말을 또 하고 말았습니다. “그래, 그럼 방 바깥, 마당일도 좀 관심을 가져보도록 하지 뭐.” 남편이 여전히 유머로 받아주어 우리는 웃고 말았지요.

아닌 게 아니라 남편은 바깥양반답게 바깥일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집에 있는 시간에도 컴퓨터 앞에 앉아 심방결재를 한다든지, 문자를 보낸다든지, 말씀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실은 그 일이 본래 자신이 해야 되는 일이고 주님께서 맡겨 주신 일이니까요. 이렇게 바쁜 남편을 보는 것도 저의 즐거움 중에 하나입니다. 가끔씩 차를 주문하기도 하고 식후에 산을 갈 때면 함께 가주는 것이 저의 중요한 일 중 하나입니다. 정말 가 준다니까요. 나는 혈당치 올라갈 염려도 없는 사람이고 산에 가는 일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가준다고 생색을 있는 대로 다 내는 것이지요.

정말 남편이 주님께서 맡겨 주신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저로서는 그만큼 감사할 데가 없습니다. 그러니 안사람인 나는 집안일을 잘 해야 하고 돕는 배필로서 돕는 일을 잘 해야 맞습니다. 그런데도 집안일에 관심이 없다고 내가 시비를 한 번 씩 걸면 안 되겠지요?

이제 봄이 되면서 집안일이 더 많아지기도 했습니다. 소나무 밑의 원추리와 담 너머에 있는 아주까리와 맥문동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에 심었는데 제 자리가 아닌 것 같거든요. 아직도 정원일은 초보라 제 자리를 잘못 잡은 것이지요. 채전과 잔디에 심심찮게 올라오는 잡초도 뽑아주어야 합니다. 마당을 돌아보면 할 일이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란 개나리를 시작으로 꽃들이 피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시내보다 약간 추워서 그런지 목련과 벚꽃이 이제 한참 예쁘게 피었을 뿐만 아니라 빨강 앵두나무 꽃이며 바이올렛, 무스카리와 샛노란 민들레꽃도 아름다운 빛깔을 뽐내고 있습니다. 라일락의 꽃봉오리는 며칠이 지나면 필 것 같습니다. 언제나 피려나 하고 아침마다 들여다보고 있지요. 아참! 날씨가 따뜻해지면 식사손님들도 길게 줄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말 누구 말마따나 일은 끝이 안 나고 인생은 끝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나는 행복합니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니까요. 안사람으로 집안일을 더 잘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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