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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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네 이야기

"말씀과 은혜, 그리고 가족의 소중한 삶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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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루자

김창선 예상 밖의 손님들 • • 읽는 시간 약 5분
키워드: #예상 밖의 손님들

아침마다 뒷산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이곳에 이사 와서 첫 봄을 맞았을 때 열심히 산길을 다듬어 놓았었지요. 예전부터 길이 나 있긴 했지만 워낙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길이 곳곳에 망가지고 가시덤불이 우거져 폐허가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 길뿐만 아니라 우리 동네 뒤쪽으로는 소나무 숲으로 된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계곡이나 능선을 따라 여러 갈래의 길들이 있습니다. 40분 정도에서부터 3시간짜리의 산행이 가능하지요. 산행을 좋아하는 남편이 얼마나 기뻐하고, 다닐 때마다 좋은 곳으로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했는지요.

그러다가 한 이태 전부터인가 남편이 산악자전거 타는 일을 좋아해서 뒷산에 별로 가질 않았습니다. 자전거 타기는 앞산이 더 좋았기 때문입니다. 저희 교회 목사님들과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자전거를 타시지요. 어쨌거나 남편의 혈당 조절을 위해 운동은 필수이지만 산행을 하든 자전거를 타든 꾸준히 운동을 하게 되니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제가 함께 할 수 없는 일이라 좀 아쉽긴 했습니다. 아무래도 자전거를 타게 되면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집에서 기다리시는 어머님을 혼자 계시게 할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하루는 아침에 뒷산이 궁금하기도 했고 운동이 부족한 저를 돕기도 할 겸 남편과 함께 뒷산을 올랐는데 낙엽 깔린 산이 좋았고 원인을 알 수 없지만 그 날부터 아침 혈당도 확실히 잡혔습니다. 해서 조찬모임이 있든지 비가 오든지 불 가능할 때를 빼고는 거의 아침마다 산을 오르게 되었습니다. 연세가 높으신 어머님은 아침에 잘 주무시고 식사도 늦게 하시니 후딱1시간 반짜리로 다녀올 수 있습니다.

날이 새기 전에 출발해서 산 중간쯤 오르면 날씨 좋을 때는 아름다운 일출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날마다 다른 디자인과 색깔로 하늘이라는 캔버스에 멋있는 그림을 그리시고 우리를 초청하시는 하나님을 만나 볼 수 있으니까요. 허리를 굽혀 자세히 살펴보면 아주 작은 들꽃들이 이른 봄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사월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산모퉁이를 돌자 말자 연보랏빛 등꽃이 산기슭을 다 덮은 모습이 눈앞에 나타나는 바람에 탄성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오르며 문뜩 옛날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어릴 적 그러니까 여덟 살이나 아홉 살 때쯤이었을 것입니다. 나중에 나는 산 속에 오두막을 지어놓고 혼자 살고 싶다는 별 희한한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내성적인 성격 탓이었는지 아니면 엄마도 아프시고 동생들도 많고 온통 내가 챙겨야 할 사람들이 많은 것이 내심 부담스러웠는지 아직도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던 생각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오륙학년 때는 몸도 약하고 소심한데다 무슨 아이가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해 아버지께서 강심제 주사약을 하나씩 놓아주어야 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황당한 발상이지만 어쨌거나 그 꿈이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갑자기 드는 것입니다. 이 생각도 좀 황당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제가 워낙에 세상 물정도 모르는 숙맥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나더러 엄마는 은둔생활을 한다고 놀리거든요. 신문도 텔레비전도 잘 안보고 세상 돌아가는 것도 잘 모르고 도대체 문화생활도 별로 없는, 바보스런 모습이라고 말입니다. 오죽했으면 예전에 집사님 한 분이 저더러 눈치가 너무 없다고 사분의 삼박자라는 별명을 지어주었겠습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마음대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혼자 산 속에서 살려고 했는데 좋으신 하나님 만나서 내가 어디에 있든지, 두산리 시골에 있어도 함께 하시고, 거기다가 남편까지 만나 산에서도 함께 할 수 있으니 꿈이 몇 배나 이루어진 셈이지요. 놀림을 받더라도 더욱 ‘은둔생활’이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말이 그렇지 정말 산 속에서 혼자 산다는 건 말이 안 되지요. 철이 없어서, 뭘 몰라서 그런 바보 같은 꿈을 꾼 것이지만 좋으신 하나님께서 그 작은 꿈을 더 아름답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뿐만 아니라 사랑이신 하나님께서 우리가 사람들과 서로 사랑하며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가르쳐 주셨습니다. 또한 사람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아름다운 사람들이 제가 사는 이 산골 마을까지 찾아와 주시니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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