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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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네 이야기

"말씀과 은혜, 그리고 가족의 소중한 삶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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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님, 권사님 뵙고 싶습니다.

김창선 예상 밖의 손님들 • • 읽는 시간 약 5분
키워드: #예상 밖의 손님들

올해 연세가 구십이신 권사님께서 소천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얼마 전부터 식사도 잘 못하시고 기력이 많이 쇠해지셔서 요양병원 중환자실에 계셨습니다. 그래도 정신은 맑아서 사람들도 알아보셨는데 결국 힘이 다 소진해 평안한 가운데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찾아뵙지 못한 것이 영 죄송했습니다. 늘 조용하시고 말씀도 별로 없으신 분이시지만 평생을 기도로 사신 분입니다. 젊은 날에 남편을 잃고 혼자 사셨지만 그래도 자손들이 믿음생활을 잘 하고 끔찍이도 사랑하던 손주는 목사님이 되셨지요. 최근에는 며느리 권사님과 두 분이 서로 사랑하며 함께 사시는 모습도 뵙기가 좋았습니다. 한 때 저와 같은 아파트에 살기도 해서 주일에 교회에서 만나면 남달리 반가워 하셨는데 이제 더 이상 뵐 수가 없으니 섭섭한 마음입니다.

얼마 전에도 교회 가까이에 계시던 은퇴 장로님께서 갑자기 천국에 가시는 바람에 놀라기도, 섭섭하기도 했습니다. 교회에서 권사님과 함께 두 분이 계신 것만 봐도 좋았는데 말입니다. 권사님 말씀이 “좋은 친구였는데 그리 갑자기 떠나셨다.”며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또 한 날 천국에서 함께 만날 것을 기약할 수 있으니 하나님의 크신 위로가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한 교회에서 만나 함께 신앙생활을 하시던 분들이 그래저래 한 분씩 천국으로 가시니 이제는 천국이 훨씬 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주일에 한 번씩 반찬을 준비해 주시던 이 권사님 생각도 납니다. 그리 넉넉지 않은 살림을 사셨지만 사람들을 대할 때는 참 넉넉하신 분이셨습니다. 주방에서 봉사를 하시면서 궂은일을 전혀 생색내지 않고 묵묵히 감당하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보던, 보지 않던 교회에 널브러진 쓰레기들을 도맡아 치우기도 하셨습니다. 주일에는 한 번씩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꼭 챙겨주셨지요.

그러다가 작년 연말에 간암이 발견되어 투병하시다가 올 2월에 천국으로 가셨습니다. 그리 나이도 많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이 권사님이 천국 가시고 나니다른권사님들이 이제는 매주 반찬을 챙겨주십니다. 얼마나 감사한지요. 그러고 보니 가까이 계시던 윤 장로님 생각도 납니다. 한 번씩 교회에서 만나면 반가워 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역시 암으로 투병하시다가 올 유월에 천국에 가셨습니다. 이제는 그 아이같이 즐거워하시던 모습을 이 세상에서는 더 이상 뵐 수가 없고 그 자상하신 목소리도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으니 참 섭섭하기도 합니다.

참, 그러고 보니 주일 예배에 한동안 참석하지 못하고 계시는 권사님들도 계십니다. 다치신 분도 계시고 이제는 연세가 많으셔서 힘이 없어 아예 교회를 못오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렇게 가까이 계시던 분들이 한 분씩 천국으로 가시면서 한 세대가 가고 또 새로운 한 세대가 오는 것 같습니다. 예쁜 아기들이 태어나는가 하면 곁에 계시던 분들이 천국으로 가시기도 하니까요. 올 해만 해도 저희 사모 구역에서는 여섯 명의 아기들이 태어났습니다. 금요모임에서는 아기들이 많아 정신이 하나도 없는 가운데서도 모임은 잘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가시는 분들이 남겨두신 믿음의 유산이 그대로 전수되어 가면서 하나님의 언약의 백성이 잘 이어져 가고 있는가 입니다. 저희 교회에서도 ‘신앙교육 가정에서부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열심히 하고 있지만 오죽했으면 이런 슬로건을 내 걸어야 했겠습니까?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는 핍박과 반대를 무릅쓰고 믿음을 지켜왔는데 교회를 위해 그렇게도 헌신적으로 살아오셨는데 세월이 가면서 그 믿음을 지켜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난하고 힘들어도 믿음을 지키며 사셨던 세대가 서서히 사라지면서 이 땅의 교회는 오히려 세상으로부터 지탄받는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사야가 부르짖었던 말씀이 생각나는 아침입니다. “주여 하늘에서 굽어 살피시며 주의 거룩하시고 영화로운 처소에서 보옵소서. 원하건대 주는 하늘을 가르고 강림하소서.” 이제는 천국에서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고 계실 사랑하는 장로님, 권사님 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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