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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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네 이야기

"말씀과 은혜, 그리고 가족의 소중한 삶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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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밖의 손님들

김창선 예상 밖의 손님들 • • 읽는 시간 약 6분
키워드: #예상 밖의 손님들

이곳 웨일즈에 온지도 벌써 3주가 지났습니다. 갑자기 요청된 집필휴가로 두 달을 내었습니다. 어딘가 짱박혀서 글쓰는 일을 할거라고 궁리하던 끝에 정말 하나님의 은혜로 이곳으로 오게 된 것입니다. 우리 둘 다 맥북과 아이패드로 하루 종일 남편은 글을 쓰고 저는 교정하는 일에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좋은 자연환경과 좋은 거처를 마련해주신 은혜에 감사할 뿐입니다. 물론 울산교회 성도님들의 배려와 기도에 힘입은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예상보다 빠른 진도를 내고 있어서 정말 성도들의 기도 덕분이라는 생각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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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혈당 조절을 위해 식후 바닷가 산책은 뺄 수 없는 일과입니다. 뿐만 아니라 틈틈이 새로운 자료들을 읽고, 예전에 썼던 논문을 다시 읽으며 남편은 참 즐거워 합니다. 더욱이 집주인이 두 주 전에 깔아 놓은 와이파이 덕분에 언제든지 급한 연락이나 저희 목사님들과의 교신이 가능한 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웨일즈 북쪽 조그만 섬의 작은 마을이지만 걸어서 갈 수 있는 슈퍼마켓도 있어서 밥 먹고 사는 일에 어려움은 없습니다. 주일이 오면 우리 집에서 멀지 않는 곳에 사시는 이곳 성도님께서 저희를 방거에 있는 교회까지 태워다 주십니다. 그분 말마따나 교회 가면서 섬에서 육지로 들어가야 하니 바다를 건너가야 하지만 말입니다.

이곳의 부활절 휴가는 참 길기도 합니다. 한 3주쯤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휴가는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싶어 열심히 일만 하고 있는데 몇곳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가 여기 온 것을 알아버린 사람들로부터입니다. 가까이 계시는 것도 아니고 이곳 웨일즈의 수도인 카디프나 런던만 해도 4시간 반이 걸리고 아니면 6시간 혹은 9시간 운전해야 하는 거리인데도 찾아오시겠다는 것입니다. “길이 장난이 아닌 것 같은데 오시지 마세요. 절대로 괘씸죄에 해당되지 않으니 오시지 마십시오.^^”라고 카톡을 보내도 “목사님 방해되지 않도록 하겠 습니다. 그냥 뵙기만 하겠습니다.”라고들 하십니다.

어쨌거나 말릴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을 만나고 교제하는 일이 주님 안에서 우리가 무엇인가 서로에게 나눌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주말에는 카디프에 계시는 김경량 선교사님 부부가 오셨는데 차에 한가득 한국식품을 싣고 오셨습니다. 이런 곳에는 살 수 없는 것들이지요. 저희는 김치며 고추장 없이도 그런대로 잘 지내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액젓, 간장, 무, 두부, 국수, 야채, 과일뿐만 아니라 똑순이 사모님께서 손수 담근 김치며 고등어조림, 갈치조림까지 해서 오신 것입니다. 거기다가 이곳 한국 분들이 즐겨먹는 명이나물을 한 보따리나 따서 오셨습니다. 저녁 내내 사모님과 제가 다듬어야 할 만큼 양이 많았습니다. 선교사님의 살아온 이야기, 공부하고 선교하는 이야기며, 남자분들이 하시는 얘기를 들으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이번 주 초에는 남쪽 본머스에서 오신 양 목사님 내외분, 그리고 스코틀랜드에서 공부하시는 김민철 목사님 식구들이 오셨습니다. 그래서 엊저녁에는 밤이 늦도록 논문에 관한 얘기며 고생하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난 주말에 가져다주신 음식들이 인기가 대단했지요. 특별히 김 목사님댁 막내, 초등학교 1학년인 종우는 밥과 김치만 줄기차게 먹으면서 “할머니, 우리 갈 때 김치 좀 싸주실 거지요?”라고 합니다. 내가 준비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는데 선교사님을 통해서 미리 공급해 주신 분께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음식뿐이 아니겠지요. 서로 무언가 위로가 되고 따뜻한 마음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오신 사모님들 중 한 분이 “사모님은 우리를 딸들 챙겨주듯이 챙겨 주시네요.”라고 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이젠 소위 ‘어르신’이라는 칭호를 들을 만큼 나이가 든 것입니다. 그러면 당연히 친정엄마처럼 챙겨줘야 맞지요. 물론 먼저 주님께서 정말 자상하게 챙겨주셔서 가능한 일이지만 말입니다. 남편은 그래도 짬짬이 책을 쓰는 일에 진도를 내고 계시지만 저는 도무지 다시 한 번 그것을 교정하는 일에는 진도를 낼 수가 없습니다. 식구들 세끼 밥해 먹이는 일도 꽤 시간을 요하는 일이거든요. 그래저래 시간을 좀 쓰긴 했지만 남편도 일만 하시다가 오랜만에 사람들과 교제하는 시간을 갖게 되어 좋고 무엇보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참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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