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수) |

Jungs' Story · Family Archive

정가네 이야기

"말씀과 은혜, 그리고 가족의 소중한 삶의 기록"

목록으로

문득 보고 싶은 사람들

김창선 예상 밖의 손님들 • • 읽는 시간 약 5분
키워드: #예상 밖의 손님들

지난 주초에 광역새생명 이사회 목사님들과 이박 삼일 엠티를 하기로 일정이 잡혀있었는데, 취소되는 바람에 모처럼 빈 시간이 생겼습니다. 미처 다른 일정을 잡지 못한 덕분이지요. 월요일 새벽 두시 반에 잠에서 깼습니다. 다시 잠을 들이지 못하면서 문득 뵙고 싶은 분들이 생각났습니다.

삽화

삽화

양평에 사시는 아주버님께서 고령에 편찮으시다 보니 몇 년 동안 뵙질 못했습니다. 덜컥 천국 가셨다는 소식이라도 들으면 영 뵐 수 없을 것도 같았지요. 역시 양평 쪽 신학교에 계시는 교수님도 생각났습니다. 수도권 쪽에서 힘들게 목회를 하고 계시는 목사님 부부도 생각나고 누구보다도 최근에 남편을 보내신 권사님도 생각났습니다. 남편께서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실 때 여러 번 전화를 하셔서 기도 부탁을 하셨는데 도무지 짬이 나질 않아 가서 뵙지 못한 것이 죄송스럽기도 했지요.

그래저래 말하자면 장거리 심방을 다녀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뻔히 눈에 보이는, 해야 할 일들이 있었지만 일보다는 사람이 우선이라는 생각도 있고 또 다시 시간을 낸다는 것은 힘든 일인지라 급히 아침을 챙겨먹고는 길을 나섰습니다. 다행히 고속도로가 잘 뚫려있어서 경기도 양평까지 세 시간 반이 걸린다고 내비게이션이 알려주었습니다. 도중에 한 번 기사를 교체하기 위해 잠깐 차를 세운 것 말고는 논스톱으로 달려갔지요. 장거리에서는 우리 두 사람이 교대로 운전대를 잡습니다. 잠이 온다든지 피곤하면 곧바로 기사 교체를 하지요.

월요일이긴 했지만 바쁘신 두 분 목사님과 사모님들께서 열일을 제치고 달려오셨습니다. 최근에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이었는데 하나님께서 놀라운 은혜를 베푸신 이야기며 신학교 이야기며 자라나는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고 다듬어 가시면서 사역자로 구비시키시는 주님의 은혜가 얼마나 감사한지요.

오후에는 형님 댁을 찾아갔습니다. 시골집 마당에는 형형색색의 채송화들이 피어있고 채전에는 없는 게 없을 정도로 갖가지 채소들이 탐스럽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집에 들어가 앉으니 벽 쪽으로 갈물 이철경 서예가가 쓴 시가 걸려있었습니다. ‘뜰악 은행나무 / 물든 닢 흩날리고 / 달빛 흰 가루가 / 발끝에 부서지고 / 언덕밑 작은 봉창에 / 호롱불이 빤하다.’ 이렇게 첫 문단으로 시작하는 김어수 시인의 ‘산촌야경’이지요. 창문 쪽으로는 조용하고 탁 트인 전망에 푸른 숲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장로님이신 아주버님은 몸이 편찮으시니 이제는 채전 일도 모두 형님 몫입니다. 몇 주 전에도 아주버님이 교회에서 쓰러지시는 바람에 응급실로 실려 가시고 혼이 났습니다. 형님은 워낙에 무던하시고 일도 잘하시는 분이지요. 저녁 식사는 머윗대 들깨국이며 방금 따온 가지 부침, 그야말로 웰빙 식탁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반찬 하나하나 다 맛있었습니다. 아마도 우리 어머님 음식 솜씨를 형님이 쏙 빼닮은 것 같았습니다. 아주버님이 자랑을 하십니다. “집사람이 정원을 얼마나 잘 가꾸는지 몰라요. 일류 요리사에 영양사에다가 일류 간호사라니까요.” 형님이 부끄러우신지 “간호사는 무슨··· 간병인이지. 채전도 장로님이 많이 도와주시니까 그렇지.”라고 하십니다.

거동이 불편하시니 이렇게 만나면 또 언제 만날지 모르는데 형님과 어머님 얘기며 옛날 어릴 적 동생들과 함께 한 집에 살았던 얘기들을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튿날 아침 떠나올 때는 열무며 더덕이며 깽깽이 꽃 화분을 차에 실어주셨습니다. 연세가 팔십 안팎이신 두 분이 서로 격려하고 의지하며 사시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젊은 날에 고생도 많았고 어려운 고비들도 있었지만 4남매도 잘 키워서 출가시켰습니다. 이제는 두 분이 천국 소망으로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하나님 바라보며, 비록 연약한 육신이지만 편안하게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친구가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이 글 공유하기
글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정가네 이야기 소식 구독하기

새로운 글과 신앙 칼럼이 올라올 때 가장 편한 방법으로 소식을 받아보세요.

카카오톡 채널 (소식 전용)

피드 전용

1:1 채팅 없이, 카카오톡 '소식' 탭에서 새로운 칼럼과 글을 조용하고 깔끔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WhatsApp 채널 (Global)

Global

해외 가족 및 지인을 위한 공식 WhatsApp 채널입니다. 새로운 글 발행 즉시 알림을 드립니다.

RSS 리더기를 사용 중이신가요? RSS 피드 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