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수) |

Jungs' Story · Family Archive

정가네 이야기

"말씀과 은혜, 그리고 가족의 소중한 삶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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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이벤트

김창선 예상 밖의 손님들 • • 읽는 시간 약 5분
키워드: #예상 밖의 손님들

얼마 전 서울에 사는 둘째네가 다녀갔습니다.7시가 넘어 KTX역에서 반갑게 만나 집으로 들어오는데 동네 길에서 앞집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비도 오는데 어딜 가세요?” “갑자기 정전이 되어서요. 알아보러 가는 겁니다. 동네가 다 정전되었네요.” 정말 동네가 다 깜깜해졌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우리 집에는 휴대용 가스버너도 없고, 정전이면 전기나 전자레인지도 작동할 수가 없으니 난감하기도 했습니다. 예상치 않게 갑자기 일어난 일이니 말입니다. 차를 마시려고 해도 전기주전자도 쓸 수가 없지요. 평소에 어려움 없이 전기기구를 써오다가 정말 딱한 노릇이었습니다.

어쨌거나 동네가 다 깜깜해졌으니 평소에 쓰지 않던 랜턴들을 꺼내어 큰 것은 방을 밝히고 작은 것들도 꺼내어 들고 다니도록 했습니다. 야간에 자전거를 타기 위해 갖고 있던 헤드램프도 꺼내었습니다. 놀이를 좋아하는 5살짜리 손녀가 신이 났습니다. 그동안 병원놀이 학교놀이 인형놀이 소꿉놀이는 여러 번 해보았지만 집과 동네가 다 깜깜한 곳에서 헤드램프를 이마에 두르고 이 방 저 방 다니는 놀이는 처음 해보는 것입니다.

다행히 가스 오븐은 작동해서 준비해 놓았던 라자냐를 구울 수 있었고 식탁에는 빨간 초들을 꽂고 갖가지 종류의 초들도 불을 밝혔습니다. 15개월 된 둘째 손주는 생일 축하하는 줄 알고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부르겠다는 겁니다. 어쨌거나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인데 갑자기 즐거운 깜짝이벤트가 되었습니다. 식사 기도 시간에 손녀가 “우리 모두 행복한 시간을 가지게 되어서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했고 며느리도 이렇게 분위기 좋은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면서 기뻐했습니다. 처음에는 갑자기 나간 전기 때문에 꽤 불편했고 난감하기도 했는데 오히려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하나님께서 깜짝이벤트를 하게 하셨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했습니다.

깜짝이벤트라고 하니까 몇 달 전 있었던 일도 생각이 납니다. 지인인 사모님으로부터 카톡이 왔습니다. “사모님, 3월 1일이나3일에 이쪽에서 점심식사 가능할까요?” 남편 일정을 보니1일 점심이 가능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헌데 그냥 점심식사 한 끼 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남편 생일이 3월 3일이니 서울 계시는 분들까지 초청해서 우리 칠순을 챙기시겠다는 겁니다. 그냥 내가 우리 집에서 하면 안 될까라고 했는데 그 사모님은 되레 “사모님도 칠순인데 본인이 직접 밥을 하면 되겠냐.”고 간단하게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목사님께 는 비밀로 하기로 했지요.

결국 디데이가 되어 남편과 함께 가는 중에도 운전을 하면서 아무 말도 안했지요. 사모님이 비밀이라고 하기도 했고 서프라이즈를 만들고 싶기도 했습니다. 도착해서 주차하는데 남편이 “어! 서울에서 송 목사님도 오셨네. 무슨 일이지?”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본당으로 안내되었는데 예쁘게 꾸며진 원탁들에 향초와 꽃들이 꽂혀있고 앞쪽에는 꽃바구니며 케이크까지 완벽한 세팅이 되어 있었습니다. 부엌에서는 집사님 두 분이 열심히 음식 마무리를 하고 계셨습니다. “아니, 간단하게 한다면서 이게 웬일인데요?” “히히, 사모님 제가 요리 잘하는 집사님들 믿고 일을 벌였지요.”라고 하십니다. 정말 잔칫상을 잘도 차렸습니다.

우리와 함께 칠순이신 장로님 부부는 충청도에서 오시고, 옛날에 서울에서 함께 사역했던 목사님 두 가정이 오셨습니다. 뜻밖에 진주에서도 장로님 세 분이 오셨습니다. 예전에 저희가 서울에서 목회하던 때에 청년들이었는데 이제는 모두 다 장로님들이 되셨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주 안에서 복음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섬겼던 옛날 얘기도 하고, 지금도 각자가 있는 곳에서 교회를 잘 섬기고 계시는 분들을 보며, 참 감사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남편은 저더러 “아니 그래 다 알고 있으면서 암말도 않고 배신이다.”라고 해서 나도 “비밀로 하라고 해서, 하고 싶은 말을 참느라고 나도 힘들었거든요.”라고 답했지요.^^ 그것 또한 하나님이 남편을 위해서 허락하신, 제게는 기분 좋은 깜짝이벤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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