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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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네 이야기

"말씀과 은혜, 그리고 가족의 소중한 삶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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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기다려주실래요?

김창선 예상 밖의 손님들 • • 읽는 시간 약 5분
키워드: #예상 밖의 손님들

도색한 지가 10년이 넘었다고 아파트를 새로 칠을 한답니다.외벽을 칠할 때는 그나마도 괜찮았는데 계단과 복도, 천장을 칠한다고 온 사방이 난리도 아닙니다. 페인트가 묻으면 안 되는 부분들은 각 집의 문과 엘리베이터의 문, 바닥까지 모두 비닐로 감싸 놓았습니다.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너덜거리는 비닐이 방해가 되는가 하면 페인트칠을 해놓아 옷에 묻을세라 조심해야 되며 마를 때까지는 그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어째 그럴까 생각해봤습니다. 좀 불편해도, 좀 불쾌해도 더 좋게 더 아름답게 더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 잠깐 동안만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참으면 이전보다 훨씬 아름답고 좋은 환경이 될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생각난 것이 있습니다. 우리 역시 아직도 공사 중이라는 것입니다. 아내도 그렇고 남편도 그렇습니다. 부모도 그렇고 자녀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더 좋아질 것이고 더 아름다워질 것을 알기만 하면 참을 수 있습니다. 그냥 참는 것이 아니라 도와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결혼한 지 34년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나는 말을 잘 할 줄 모릅니다. 격려하고 칭찬해야 되는 줄 알면서도 그게 잘 안 된다는 말입니다. 가족 간에 격려하고 칭찬하면서 서로 도와주면 우리 모두가 성숙하고 믿음직스러워지며 더욱 멋있어질 것을 아는데도 말입니다. 칭찬하는 것 보다는 상대방의 결점을 먼저 보고 비난하기가 일쑤입니다. 내가 피곤하면 좋게 말할 것도 무뚝뚝하게 말해버리고 맙니다.

울산교회 제자훈련 모임에서는 ‘남편과 자녀를 칭찬하기’라는 생활숙제가 있습니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생각도 잘 안 나고 쑥스럽고 결국 숙제를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 분은 설거지를 해준 남편에게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었는데 찢어진 고무장갑을 보는 순간 “또 고무장갑 찢었지요. 좀 조심해서 안하고 맨날 그럽니까?”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오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남편이 기분 나빠하면서 하는 말 “내가 다시는 설거지 하나 봐라.”였습니다. 아차! 실수였습니다. 괜찮습니다.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물론 열심히 숙제를 하고 기쁜 보고서를 제출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말로 하기가 뭣해서 쪽지 편지로 남편을 격려한 아내가 있습니다. 남편이 매일 먹는 약봉지 속에 쪽지를 넣었습니다. 격려, 칭찬의 말과 함께 말입니다. “나는 당신의 발 냄새도 사랑합니다. 우리 식구를 위해 열심히 땀 흘려 일하는 당신의 발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당신은 참 멋있습니다. 건강한 당신 고맙습니다.” 등의 메시지를 넣었습니다. 과묵한 경상도 남편인지라 특별히 반응을 보이진 않았겠지요. 하지만 남편의 입에서 거친 말, 나쁜 말이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 은근히 자랑을 하셨던 모양입니다. 다른 직원들이 얼마나 부러워들 했다던지! 또 다른 분은, 남편과 함께 TV를 보는데 아내가 매 맞는 장면이 나왔답니다. 남편이 “당신은 안 맞고 사니 복인줄 알아라.” 고 한마디 합니다. 전 같으면 한마디 쏘아주고 싶었지만 최근 ‘반영적 경청’과‘칭찬하기’를 배운 아내가 얼른 부엌으로 가면서 꾸벅 절을 합니다. “맞아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남편의 반응이 있었습니다. 혼자말처럼 “하긴 언어폭력도 폭력이지!” 자신의 폭력적인 말 습관을 돌아본 것입니다. 평소에 말해놓고 후회하기도 했겠지만 이렇게 표현하지는 않았거든요. 환갑이 넘도록 사랑한다거나 고맙다는 표현을 거의 하지 않았던 분도 ‘칭찬하기’ 숙제를 드디어 하셨습니다. 반면에 남편은 자상하고 표현을 잘 하는 분이셨습니다. 이사를 앞두고 훈련받을 일이 있어 무척 바빴던 아내를 위해 남편이 사람을 불러 집 청소를 다 해 놓았답니다. 그런데 아까운 돈 주고 했다는 청소가 엉망이었습니다. “아니 청소가 하나도 제대로 안됐네요. 돈 주지 말지 그랬어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참고 “잘 하셨어요. 고맙습니다.” 남편이 얼마나 행복해했을까요? 이튿날 갑자기 휴대폰이 고장 나서 서비스를 받으러 갔다가 평소에 아내가 전자사전을 사고 싶어 했다는 것을 기억한 남편이 사전 사려면 어쨌든 돈 들어야 된다면서 아예 전자사전 기능이 있는 휴대폰을 새 걸로 사주었답니다.

저도 우리 남편에게 말씀드립니다. “여보,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아직도 공사 중이어서 죄송합니다. 공사를 완전히 마치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조금이라도 불편을 덜어드리도록 매일 노력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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