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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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네 이야기

"말씀과 은혜, 그리고 가족의 소중한 삶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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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선 예상 밖의 손님들 • • 읽는 시간 약 5분
키워드: #예상 밖의 손님들

언젠가부터 그동안 수천 장이나 찍어 두었던 슬라이드 필름을 스캔하기 시작했습니다.사진관에 부탁해서 하자니 한 장에 얼마씩 쳐서 꽤 많은 돈이 들어가야 하고 결국은 웬만한 스캐너를 사서 시작을 했지요. 거의 사십 년 가까이 오래된 슬라이드 프로젝트도 그렇거니와 이제는 디지털 시대라 컴퓨터에 담아 두는 것이 좋겠다 싶어 시작한 일이지요. 그러다가 바쁘기도 하고 도중에 게으름을 피웠는데 슬슬 인생 정리 모드로 들어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스캔하고 정리하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삽화

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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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한 차례 슬라이드 필름을 정리했지만 아직도 책장에서 자리를 꽤 차지하고 있는 앨범의 사진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남편 말마따나 자식들이 착하긴 하지만 우리가 가고 나면 이 많은 사진들 물려받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 같으니 말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10% 정도만 남기면 되겠다 싶었는데 하다 보니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칠십 가까이 살아온 날들이 결코 짧지만은 않은 모양입니다. 물론 영겁에 비하면 정말 찰나에 불과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것이 인생이지만 흔적들을 짚어가다 보니 지금까지 우리 좋으신 하나님께서 얼마나 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시고 걸음걸음 인도하셨는지 감사한 일들이 많기도 합니다.

남편과 저의 어릴 적 사진부터 정리하다 보니 옛 추억들이 다시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어떤 것들은 육십 년도 넘은 사진들이지요. 당시에야 집집마다 카메라를 갖고 있지도 않았고 카메라가 귀한 시절이었으니 사진관에 가서 찍던지 누군가에게 빌려서 찍었을 것 같습니다. 작고 흑백으로 찍었을 뿐만 아니라 색이 바래기도 했고 꺾어지고 찢어진 것들도 있었습니다.

처음 사진은 네 살 때 엄마가 드레스를 만든 기념으로 사진관에 가서 찍은 사진입니다. 원본은 잃어버렸고 다행히 사진관에서 스캔해 둔 것이 남아 있어서 빛이 바래긴 했지만 살릴 수 있었습니다. 동생들 사진을 스캔해서 카카오톡으로 보냈습니다. “우리는 출구 전략으로 사진 정리 중이다.”라는 설명과 함께 말입니다. 그랬더니 큰동생이 답이 왔습니다. “선거했습니까? 웬 출구 전략입니까?” “세상으로부터···”라고 답했더니, “누님 가시면 저도 따라가야 되는데··· 조금만 더 있다 가지요.”

막내는 “우와! 정리분과 위원장 만세! 완전 격동 60년 다큐멘터리!”라고 했습니다. 제가 염려분과 위원장이나 미안분과 위원장인줄 알고 하는 말이지요. 멀리 영국에 있는 여동생은 “아! 이 사진들이 어드메에 숨어 있었지요? 잊고 있었던 친구···”라고 하는가 하면 “와! 울 오메 아배 멋지네요.” 등등 갖가지 반응들을 보내왔습니다.

제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8년 동안 있으면서 한국에 올 수 없어서 동생들 결혼도 못 보고 조카들 태어나는 것도 볼 수가 없었으니 부지런히 사진 뒷면에 설명까지 적어서 보내준 사진들은 특별했습니다. 역시 기록을 남긴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지 말입니다. 첫 조카의 백일 사진을 보내며 “누님 조카가 될 자격이 있겠는지요?” “언니, 엄마가 사진 잘 나왔다고, 주름살이 펴졌다고 꼭 보내래.”등의 글들이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그래저래 천국 가신 부모님 생각도 나고 초등, 중등 친구들 생각도 나고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선교 단체에서 복음 전하며 살겠다고 함께 열심히 예배하고 기도하고 봉사했던 형제자매들 생각도 났습니다. 옛날 얘기를 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제가 나이를 좀먹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동생들이 아예 토요일 날을 잡아 울산으로 오겠다고 합니다. 사진으로 시작한 공동관심사로 인해 오프라인에서 만나야겠다는 것입니다. 그동안도 한 번 오겠다고 벼르긴 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던 일입니다. 물론 영국의 여동생은 못 오겠지만 말입니다. 올케들까지 함께 오겠다니 고마운 일입니다. 자기들끼리는 한 번씩 만나는 것 같은데 제가 바쁘다 보니 만난 지가 꽤 되었습니다. 오겠다니 점심시간이라도 내어야 할 것 같습니다. 부모님은 더 이상 계시지 않지만 한 집에서 함께 살았던 옛날 얘기 보따리를 풀어낼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복음 안에 함께 하지 못한 사람들도 이 만남을 시작으로 땅 위에서 천국으로 이어지는 교제로 나아가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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