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수) |

Jungs' Story · Family Archive

정가네 이야기

"말씀과 은혜, 그리고 가족의 소중한 삶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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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기도 감사하기도 한 선물들

김창선 예상 밖의 손님들 • • 읽는 시간 약 5분
키워드: #예상 밖의 손님들

언젠가 저희 집에 방문한 분들이 계셨습니다.커피를 드리려고 했더니 에스프레소를 주문하셨지요. 그런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푸른색 에스프레소 잔을 꺼내면서 무심코 잔에 관한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미국에 사는 며느리가 에스프레소 잔 한 세트를 사주었던 것입니다. 푸른빛이 마음에 들어 애용했었는데 어느 날 그 중 하나가 깨어졌습니다. 결국 하나만 남게 되어 며느리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하나를 더 사보려고 매장에 갔었는데 하나는 팔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AS차원에서 팔 수 없겠느냐고 부탁해 보았지만 안 된다고 했지요. 물론 두 개를 사면 좋겠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조그마한 잔인데 말이지요. 그래서 그냥 사지 않았습니다. 다른 것은 같은 색깔의 잔이 두 개인데 유독 그 잔만 하나라서 그냥 얘기가 나온 김에 별 생각 없이 한 말이었습니다.

삽화

그런데 며칠 전 남편이 승용차를 타고 갔다가 돌아왔는데, 그 차 안에 예의 그 에스프레소 잔 세트가 포장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남편은 잘 모르는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알고 보니 전에 저희 집에 방문했던 분 중 한 분이 차 안에 놓아둔 것이었습니다. 아차! 그 때 내가 그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왜 그 쓸데없는 말을 했을까, 미안하기도 하고 그냥 한 말을 기억해서 사주신 그 정성이 참으로 고맙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30년쯤 되었을 것 같은데 한 자매가 걸고 있는 목걸이가 예뻐서 그냥 예쁘다고 했는데 그 자매가 “그러세요, 사모님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드릴게요.”라며 벗어주었습니다. 한참 빵꽃공예가 유행이던 시절에 누군가가 만든 예쁜 보라색에 앙증맞은 모양이 정말 예뻤습니다. 아직도 그 목걸이를 가지고 있고 사용할 때마다 그 자매가 기억나고 역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같은 실수를 하다니요. 어디 가서 예쁘다는 말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해 놓고서는 그것도 아마 잊어먹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요즈음에는 뭐든지 잘 잊어먹으니 탈입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늘 그렇게 이웃들의 도움과 관심 가운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어 새삼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과 가족의 도움으로 인생을 시작했고, 누군가의 기도와 전도 덕분에 주님을 만나고, 새로운 삶을 알게 되었으며, 인종이 다르고 문화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주님 안에서 한 형제자매로서 사랑해준 분들 덕분에 유학생활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유학생활을 시작할 때에는 침대 시트며 수저 하나에 이르기까지 그곳 성도들이 챙겨 주셨고 의료비나 약값도 무료로 배려해 주셨으며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티켓까지 사주셔서 돌아왔으니까요.

목회를 시작하고서는 성도들의 변함없는 사랑과 돌봄 덕분에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봄이 되니 정원에는 개나리부터 시작해서 매화, 목련이 피었다가 지더니 튤립, 수선화, 라일락이 피어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곳으로 이사 올 때 안방 창문 앞의 소나무며 종려나무들을 사다 심어주신 분, 블루베리 화분 여러 개를 가져다 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만리향 나무는 울산의 목사님들이 사다 주셨고, 큰 나무로 자라 출입구를 거의 막게 되어 다른 곳으로 옮겨심은 수국들은 저희 교회 목사님들이 주셨지요. 앞마당에 그네를 만들어주신 목사님, 튤립과 백합 구근을 주신 분, 국화며 채송화들을 심어주신 분, 오실 때마다 알로에며 유실수들을 심어놓고 가시는 아주버님···. 일일이 세어보기가 힘들만큼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올해도 아름다운 봄을 맞고 있으니 어떻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원래 빈손으로 와서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인데 하나님께서 가정을 허락하시고 먹고 자고 입도록 하셨을 뿐만 아니라 주위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주셔서 이토록 많은 사랑과 도움을 받게 하시니 정말 놀라운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은혜와 사랑을 생각해서라도 사는 날 동안 사랑을 흘러 보내는 삶을 살기를,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운 삶이 되지 않기를 소원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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