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수) |

Jungs' Story · Family Archive

정가네 이야기

"말씀과 은혜, 그리고 가족의 소중한 삶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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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신 곳에서

김창선 예상 밖의 손님들 • • 읽는 시간 약 5분
키워드: #예상 밖의 손님들

지난 주말에 선교사님 한 가정이 오셨습니다. 네팔에서 삼십 년 넘게 사역을 해 오신 분들입니다. 그동안 힘든 일도 꽤 많았지만 좋으신 하나님의 은혜로 그 먼 길을 오셨다며 지금은 자녀들도 가정을 꾸려 잘 살고 있고 선교 사역도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고 했습니다. 몇 년 안에 은퇴를 앞두고 있으니까요. 남편은 이런 분들을 보면 꼭 격려해 드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일박 이식은 기본이라며 초청을 한 것이지요. 언젠가 다른 선교사님이 오셔서 저더러 그랬습니다. “사모님, 이제 연세도 있고 손님 그만 초대하세요. 힘드시잖아요.”라고 하시더니 게스트 룸으로 마련된 우리 집 안방을 보시고는 “그런데 사모님, 나도 한 번 오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어쨌거나 지난 주말에 오신 선교사사모님은 그동안 네팔에 살면서 자연과 나무, 꽃들을 좋아하게 되셨다며 저더러 이런 저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저도 워낙에 남편 말마따나 도회지 여자라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었지만 그래도 한 십년 시골에 살아서 그냥 조금 제가 아는 대로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주로 시행착오를 했던 일들이었지요.

처음에 몇몇 분들이 나무를 사 주시기도 하고 작은 나무들을 사다 심기도 했는데 나중에 얼마나 크게 자랄 것인지를 모르고 너무 가까이들 심었지요. 몇 년 지나니 나무들이 자라서 복잡해졌습니다. 수년 전에 아주버님께서 심어주신 살구나무 두 그루는 결국 다른 곳으로 이사를 시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나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생각 없이 키우다가 나중에야 나무 모양을 잡으려니 쉽지 않았습니다. 여러 그루를 한꺼번에 나란히 키워 울타리처럼 할 것인지, 한 그루를 튼튼하게 키워 어떤 모양으로 할 것인지, 키를 키울 것인지 아니면 유실수처럼 나지막하게 키울 것인지를 미리 생각했어야 했지요.

또 어떤 꽃나무들은 햇볕을 좋아해서 그늘에서는 잘 자라지를 않는가 하면 어떤 것들은 그늘에서 자라야 하는데 햇볕에 심어서 잎들이 타들어가는 바람에 결국에는 옮겨 심어야 했습니다. 이제 겨우 우리 마당에 있는 꽃나무들의 개성을 어느 정도 파악했으니 참 늦게 배우고 있는 셈입니다. 마당을 한 바퀴 돌며 꽃나무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 인생도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집에 사는 남편도 나와는 성격이 정반대라 좋아하는 것이 다를 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이나 말하는 방법도 다릅니다. 얼마 전에는 “나는 국정교과서이고 표준전과인데 남편은 만화책이라 재미있기도 하고 또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했더니 선교사님 한 분이 물었습니다. “아니 사십사 년을 살면서 아직도 모르세요?” “네, 아직도 모릅니다. 한 가지 아는 것은 나와는 참 다르다는 것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도 우리 각자에게 일을 맡기시고 불러 심으실 때, 우리를 지으시고 우리를 가장 잘 아시는 분이시니 우리를 가장 적절한 곳으로, 필요한 곳으로 불러 심으신 것 같습니다. 저도 이십 수년 전 울산에 이사 오면서 처음 울산에 온 사람이지만 이제는 울산이 내가 늘 살아왔던 고향 같습니다. 다른 곳에 출타했다가도 울산에 들어서면 하나님께서 이 땅에 허락하신 내 집이 있는 곳이라 따뜻하고 편안합니다. 선교사님 가정 역시 하나님께서 네팔이라는 깊은 오지로 부르셔서 하나님 나라의 귀중한 일을 맡기시고 지금까지 승리의 삶을 살게 하신 것 같습니다.

산을 오르면서도 사모님은 “이 꽃과 비슷한 꽃이 우리 네팔에도 있어요. 그리고요 네팔의 산 속 마을에 가면 그 분들이 밭에 나가서 감자며 나물을 금방 가져다가 즉석 요리를 해 주신답니다. 세계 곳곳에서 히말라야 산맥을 오르기 위해 수천 명이 다녀가지만, 나는 산도 산이지만 그 산을 닮은 그곳의 사람들이 좋고, 그들의 사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라며 계속해서 ‘우리 네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 오셨던 선교사님도 비슷한 얘기를 하셨지요. 손녀가 결혼을 하게 되어서 한국에 오신 김에 건강검진도 받으셨는데 또 금방 가신다고 해서 제가 “선교사님, 오신 김에 좀 쉬시다 가시지요. 낼 모레가 동기회인데 친구분들도 만나시고 말입니다.”라고 했더니 연세가 팔십이신 선교사님이 “이제 빨리 거기 가서 쉬어야지요. 거기 가서 쉬면 됩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이젠 한국이 오히려 낯설고 선교지가 편안하신 모양입니다. 우리를 불러 사역을 맡기시되, 꼭 맞는 곳에 심으시고 뿌리내리게 하시며 사람들과 사랑하며 살도록 하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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