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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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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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품는다는 것

정근두 투데이N 칼럼 • • 읽는 시간 약 4분
원문 출처: 투데이N (Toda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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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맞이한 에스라 교정은 이른 아침부터 새들의 노래소리로 채워져 있습니다. 아름다운 연못 한켠에 자리잡아 둥지를 틀고 아홉개의 알을 낳은 곳에는 이제 껍질만 남았습니다. 처음으로 알을 발견한 날이 6월 3일(목)이었고 빈 껍질만 남기고 사라진 날은 7월 1일(목)이니 정확하게 4주간 28일만에 모두 부화를 해서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습니다. 학생들이 알을 품고 있는 오리를 보겠다고 관심을 보일까봐 2중 3중으로 위험라인을 치고 돌봤는데 감사의 쪽지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엄마오리로부터 먹튀당한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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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엄마오리는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4주간을 참을성 있게 아홉개의 알을 품고 앉아있다는 사실, 가끔씩은 몸을 돌려앉기도 하고, 자세를 바꾸기도 했지만, 알만 버려둔 순간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먹지 않고 견딜 수 있을까 무척 궁금했습니다. 아빠 오리가 배달해 주는 것도 본 적이 없으니까요. 4주가 가까왔을 때 이른 아침에 엄마 오리가 자리를 비워둔 것을 한 두 번 발견했는데 그 때도 보금자리 재료를 가지고 살짝 덮어두는 그 지혜를 발견하고 놀랐습니다. 그래서 품는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해 보는 기간이었습니다. 어미 오리가 알을 품고 4주간을 버틴 것은 아무래도 본능적인 사랑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창세기 1장 2절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개역개정) “땅은 형체가 갖추어지지 않고 텅 비었으며, 어둠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감돌고 있었다.”(바른성경) ‘운행하다’는 말은 ‘품다’는 말이라고 누군가가 설명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바로 오리 어미가 4주간 동안 했던 그 일입니다. 그 결과 혼돈, 공허, 흑암의 세상이 질서, 충만 빛의 세상으로 변했습니다. 카오스의 세상이 코스모스의 세상으로 태어나는데는 하나님의 성령께서 혼돈, 공허, 흑암을 품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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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도 코스모스의 아름다움은 일그러지고, 카오스의 혼돈, 공허, 흑암이 넘실대고 있습니다. 때로는 우리의 직장도, 아니 우리의 가정까지, 심지어는 우리의 마음 깊은 곳까지 카오스의 혼돈, 공허, 흑암이 찾아올 때도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친절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태초의 무질서에 자신을 내어주며 공포속에 기겁한 채로 소일해야 할까요? 십자가 위에 자신을 내어주는 그 사랑이 있으면 관계는 가꾸어질 수 있습니다.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요 13:1) 놀라운 그 은혜로 인해서 오늘 우리는 이마나 손에 짐승의 인을 받지 아니하고 사람답게 살아가는 영역에 살고 있습니다. 놀라운 십자가의 그 은혜를 받은 자는 자기를 내어준 사랑의 주님을 뒤따라, 껍질을 깨고 새로운 생명이 약동하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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