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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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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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짐을 꾸리다 (pack one's bags)

정근두 교회신문 칼럼 • • 읽는 시간 약 4분
키워드: #정근두칼럼
원문 출처: 교회신문 (CCMM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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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 9시에 집을 떠나 KTX로 광명 경유 인천에서 미국으로 출국합니다. 아들들은 어디 살아도 ‘해외동포’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우리 아들 둘은 하나는 미국, 둘째는 캐나다에 사니까 명실공히 ‘해외동포’입니다.

몇 달 전부터 올여름에는 미국에 다녀가라고 요청하기에 그럴 필요가 없다고 답을 했습니다. 큰 아들네 식구들은 6월에 한국을 다녀갔지만 영주권이 걸려 있는 캐나다에 사는 둘째네는 오지 못하는데, 은퇴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서 만나야 하지 않느냐며 끈질기게 설득했습니다.

50대 중반으로 진입하는 큰 아들 입장에서는 친구들 부모들의 건강이 갑자기 악화되는 경우도 보고, 세상을 떠나는 경우도 만나면서, 기회 있을 때 손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가 봅니다. 게다가 장거리 여행이 항상 가능하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어제 제 일정에는 1시간 반이 여행준비시간으로 잡혔으니 내막을 짐작하실 분도 있을 겁니다. 내일(7/27) 출발해서 9월 1일 귀국하는 꽉 찬 5주간의 여행준비가 1시간 반으로 된다는 것은 손오공처럼 신출귀몰한 재주를 피우지 않는 한 불가능합니다. 그 이면에는 며칠 전부터 이런저런 준비로 아내의 손길이 바빴을 것입니다. 1시간 반은 내가 필요한 물건을 챙기는 시간일 뿐입니다. 비행기에 오가며 읽을 책이든지 5주간 휴가 중에 읽을 자료를 챙기고 매일 투여하는 인슐린과 먹는 약을 챙기는 정도에 들어가는 시간일 것입니다.

게다가 방금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소호교회 담임 목사님 내외와 그 부근에 살고 계시는 선교사님 내외가 복날을 핑계해서 하필 오늘 저녁식사를 하자고 연락을 하는 것은 어쩌면 내일 출국하는 우리를 배려한 사랑임을 느낍니다. 아직도 일이 산더미 같이 남아있는 아내의 상황을 알면서도 감당할 수 없는 사랑으로 다가오는 친구들 사이에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남편의 입장도 순간적으로는 난감했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일보다는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하고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 내리는 결론은 뻔합니다. 옆에서 전화를 듣는 아내의 표정은 눈길을 돌리고 싶을 만큼 당황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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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도 앞집 손 집사님이 오시기로 했고 오시면 드리겠다고 호박찌개를 끓일 준비를 갖추어 두었으니 이를 어찌해야 좋을까요? 바로 찌개를 끓이고 틈틈이 집을 정리하며 짐을 챙기며 ‘미친년 널 뛰듯이’ 바쁜 아내를 바라보고 있을 뿐입니다. 지난 51년 6개월의 축소판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불같이 화를 낼 법도 한데 침착하게 처리하는 아내를 보면서 하늘이 내린 선녀와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정상일 것입니다.

오늘 주일예배에 참석하고 오니 담임 목사님이 연락을 해왔습니다.

시골에 살다 보니 나가는 일이 늘 쉽지 않습니다. 들어올 때는 공항이든 역이든 택시가 즐비하니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답을 했습니다.

교회에 부탁을 할까… 딸들이라고 말하는 분들 중에서 자원토록 할까… 여러 궁리를 해봤지만 가장 편하게 도와주실 분은 아무래도 친구같고 동생같은 장로님이 떠올랐습니다.

뜨거운 여름 날씨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이 베풀어주시는 사랑과 관심이 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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