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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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네 이야기

"말씀과 은혜, 그리고 가족의 소중한 삶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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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것은

김창선 예상 밖의 손님들 • • 읽는 시간 약 5분
키워드: #예상 밖의 손님들

이사를 하기 전 집을 좀 손을 봐야 했습니다.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을 텐데 그게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러 분들이 도와주셔서 수리가 잘 되었습니다.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추운 겨울날 손으로, 몸으로 하는 일들이라 고생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 가운데 일을 맡아서 하는 분이 계셨는데 글쎄요 마흔을 넘겼을까 싶기도 한 분이었습니다. 어쩌다 제가 집에 있을 때는 함께 점심을 먹기도 했었는데 알고 보니 혼자 사는 분이었습니다. 아니, 몸이 불편하신 아버님과 사신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부탁을 잘 들어주는, 성격이 워낙 좋은 분이었는데 참 안타까웠습니다. “아니, 아직 장가를 안가셨나요?” 물으니 “허허, 마누라가 40년 전에 도망 가버렸습니다.” 농담 반 진담반으로 답했지만 어쨌거나 꼬치꼬치 캐물을 수도 없는 일이라 더 이상할 말이 없었습니다.

또 싱크대를 마무리하러 오신 분 가운데 나이가 좀 더 들어 보이는 분 역시 혼자 사신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혼자 사는 남자 분들이 심심찮게 눈에 뜨입니다. 경제적으로 능력이 부족하다 싶으면 시집오는 여자들이 없나봅니다. 아니, 함께 살다가도 떠나버리는 매정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래저래 깨어진 가정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도 초등학교 선생님을 만났는데 반 아이들 중에 편부모, 혹은 조부모 가정이 참 많다는 것입니다. 물론 사별한 경우도 있겠지만 깨어진 가정이 더 많아 보여 안타깝습니다.

봄이 되니 우리 집 마당에 약초와 나물들이 많이 올라옵니다. 쑥, 민들레, 냉이는 물론이고 어성초며 컴프리, 당귀와 같은 약초들이 많습니다. 이전에 살던 아주머니께서 약초를 좋아해서 심어놓은 것들입니다. 저는 뭐가 뭔지를 몰라서 안부도 물을 겸 전화를 드렸습니다. 언제나처럼 편안한 음성이었습니다. “남편께서는 좀 어떠세요?”라고 여쭈었습니다. 그 분 남편께서는 뇌졸중으로 쓰러지신 후 사오 년째 병원에 누워만 계십니다. 실은 시골에서 매일 버스로 시내 병원까지 나오는 일도 쉽지 않고, 아들을 장가보내고 혼자 사시게 되어 집을 팔았던 것입니다. “더 나빠지지 않으면 좋은 것이지요. 본인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매일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저는 참 좋습니다.” 가슴 뭉클한 대답이었습니다. ‘그래 맞아. 사랑이란, 행복이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년 전 저의 외숙부님의 말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외숙모께서 70세에 중풍으로 쓰러지신 후 10년을 병원에 누워 계셨습니다. 숙부님께서는 매일을 하루같이 아침 10시면 병원으로 가셔서 아내 곁에 앉아 계셨습니다. 밥도 떠먹여 주고 말도 잘 못하는 아내에게 이야기도 들려주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러다가 숙모님이 담석증이 와서 의사들은 수술을 포기하려고 결론을 내었는데 숙부님이 제발 우리 아내를 살려달라고 울면서 부탁하시는 바람에 수술을 잘 받았습니다. 하지만 반년 후에 결국은 돌아가셨습니다. 장례 때 뵈었는데 슬퍼하시는 모습이 안쓰러워 “숙부님 병간호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지요?”라고 여쭈었더니 “아니다. 내가 무슨 고생을 했나? 그 사람이 고생이 많았지.”

‘그래 부부란 이런 것이구나. 서로 사랑하고 함께 산다는 것은 서로에게 헌신하는 것이구나. 젊은 날 못마땅하다고, 밉다고 떠나버리고 헤어지고 나면 이런 사랑과 헌신은 경험할 수도 없겠구나.’

오늘 제자반 모임에서도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집사님 한 분이 자신의 큐티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저는요 ‘무너진 가정’에 대해 묵상하면서 저의 가정을 생각했습니다. 과거 10년 동안 저희 가정은 무너졌거든요. 남편을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저는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되어 기뻐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기도 중에 하나님께서 저에게 사랑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깜짝 놀랐지요. 아니, 제가 사랑이 없다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랬더니 갑자기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베드로전서 4:8)는 말씀이 생각나는 거예요. 평소에 외웠던 말씀도 아니고 읽었을 때도 그냥 그러려니 했던 말씀인데 말입니다. 그래서 남편의 허물을 덮으려고 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기도했습니다. 사랑으로 허다한 허물을 덮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요. 어느 날 하나님께서 저로 하여금 남편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시고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지금은 다 회복하게 해주셔서 새롭게 되었으니 감사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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