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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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네 이야기

"말씀과 은혜, 그리고 가족의 소중한 삶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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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숙제 하나

김창선 예상 밖의 손님들 • • 읽는 시간 약 5분
키워드: #예상 밖의 손님들

지난 토요일 큰동생의 둘째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서울을 다녀왔습니다. 다행히 KTX가 있어서 당일에 후딱 다녀올 수 있었지요. 고맙게도 막내 동생이 서울역까지 마중을 나와서 어렵지 않게 식장을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모두들 바쁜 삶들이라 이런 때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일가친척들을 모두 만나 뵐 수 있었던 것도 기쁜 일이었습니다. “창선이 아니가? 그래 그동안 잘 있었나?” 서울에서 오신 고모님들, 대구에서 오신 고종사촌들, 조카들, 강원도에서 오신 이모님, 고향에서 오신 분들 정말 오랜만에 만나서 참 반가웠습니다.

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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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서울에서 결혼식을 하니 올 수 있었다며 외사촌 오빠가 오셨습니다. 평생 정신과 의사로서 열심히 사셨고 방송인으로서도 인기 프로그램에 꽤 오랫동안 출연했던 분이라 세간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분이지요. 지금은 연세도 많지만 수년 동안 암으로 투병하시느라 힘드셨습니다. 반가워하시면서 “응 그래, 내가 잘 견디고 있지. 작년보다 오히려 좋은 것 같아.”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곁에 있는 분들에게 “우리는 내외종간이긴 해도 서로 가까운 사이”라며 자랑을 하셨습니다. 저희 형제들이 자랄 때, 늘 청송에 있는 외가에서 방학을 보내곤 했고 오빠도 고등학교 시절에 저희 집에 얼마 동안 계시기도 해서 저희와는 절친한 사이기는 하지만 저는 그 오빠를 썩 좋아 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마도 내가 기억하고 있는 좋지 않은 한 사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어느 토요일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학교를 갔다 와서 툇마루에서 오빠들과 점심을 막 끝냈는데 오빠가 손목시계를 풀어서 한창 자랑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그 시절 고등학생이 손목시계를 갖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기 때문에 자랑할 만했지요. 내가 무슨 일로 기분이 좋아서 까불거리다가 전혀 의도하지 않게 오빠가 들고 있는 손목시계를 건드려서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화가 난 오빠가 뒤쪽으로 돌아가더니 장작개비를 들고 와서는 저를 때렸습니다. 많이 아팠던 기억이 없는 걸로 봐서 그리 아프게 때리진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집에서나 학교에서 별로 매를 맞지 않았던 나로서는 정말 슬프고 마음 아픈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빠 생각을 하면 그 사건부터 떠오르는 것입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자상하기도 하고 나에게도 잘 대해 주셨으며 성공한 삶을 사신 분인데도 그 한 사건이 다른 모든 생각들에 앞서서 떠오르는 바람에 오빠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결혼식에 손님들이 너무 많이 와서 자리가 모자라는 바람에 내가 앉았던 자리에 우리 둘째 아들을 앉히고 나는 다른 곳으로 옮겨갔습니다. 결혼식을 마치고 둘째가 서울역까지 바래다 주면서 오빠가 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동생인 저를 엄청 자랑하시면서 “네 엄마가 어릴 적에 얼마나 예쁘고 똑똑했는지 아냐? 정말 내가 아끼고 자랑하는 동생이었다. 아버지께 꼭 전해주라.”고 했다면서 말입니다.

그러면서‘아, 그러고 보니 내가 그동안 오빠를 용서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러지 못하고 마음에 품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에서 울산으로 내려오면서 인사하려고 인사동에 있는 오빠 병원을 찾아가 한 마디 했습니다. “아이구! 오빠 그 성질 하나 대단했어요. 동생들 밥상머리에서 싸운다고 밥상이 마당으로 날아갔으니까 뭐.”라고 했더니 “내가 그랬나?”라며 웃으셨습니다.

그런데 나는 오빠를 생각하면, 오빠는 다 잊어버렸을 그 매 맞았던 사건이 맨먼저 생각나고 오빠와의 관계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회복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나와의 관계를 회복하시려고 나를 아무 조건 없이 용서하신 주님의 그 큰 사랑을 생각하면서 용서하지 못한 죄를 회개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거의 육십 년 동안 용서하지 않은 채 마음에 남아 관계를 단절하게 되었던 그 일이 마음에서부터 씻기면서 미움과 원망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조카의 결혼을 축하하러 올라간 상경 길이었는데, 결국은 내 인생의 숙제를 하나 해결하게 되었으니 참 감사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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