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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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네 이야기

"말씀과 은혜, 그리고 가족의 소중한 삶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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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가식서가숙

김창선 예상 밖의 손님들 • • 읽는 시간 약 5분
키워드: #예상 밖의 손님들

11월 초에는 좀 바빴습니다.집에서 서둘러 출발했지만 새로 마련된 한국 고등신학 연구원 강원도 화천센터에는 날이 어두워질 무렵에야 도착했습니다. 조용한 시골 동네로 들어섰는데 꽤 괜찮아보이는 펜션 건물과 큼지막한 창고들이며 잘 정돈된 마당이 멋있었습니다. 원래는 군청에서 시작한 자연치유센터였는데 경영난으로 포기한 장소입니다. 여기 저기, 주로수도권에서 오신 분들이었지만 다들 잘 섬기고 싶은 마음만큼은 대단한, 좋은 분들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몇몇 지인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무척 바쁜 일정이었지만 사람 좋아하는 남편이 친구들을 만난다는 것 때문에 아마도 이 일정을 포기하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다음 날 동이 트기도 전에 춘천과 서울을 거쳐 대전에 와서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에서의 강의를 마치고 곧바로 일산 고양에 있는 에스라 성경대학원 대학교로 갔습니다. 저로서는 꽤 오랜만에 들르는 곳입니다. 마당에 은행나무 단풍이 참으로 예쁘다고 그 곳에서 공부하시는 저희 교회 목사님들이 해마다 자랑을 하셔서 가는 김에 단풍구경을 좀 하겠구나 싶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단풍 구경이라고 가 본적은 없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도착하는 날 새벽에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아침에, 아직도 제대로 단풍이 들지도 않은 잎들이 모두 후두둑 떨어지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이사장님은 올처럼 예쁘지 않은 단풍은 처음이라며 아쉬워하셨습니다. 올 여름 뜨거운 날씨에 잎들이 거의 타버려서 그런 모양이라고 했습니다. 수요일에는 다시 서울로 가서는 CBS이사회에 참석하고 울산 일정에 맞추어 부랴부랴 내려오느라 또 바빴습니다.

그 다음 주에는 교역자 분기회로 제주도에 들렀습니다. 한라산 입구 어리목 단풍이 예쁘다고 하길래 마침 그쪽으로 일정이 있어서 들렀는데 그렇게 감동할 만큼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우리 집으로 돌아왔는데 우리 동네 단풍이 최고로 예쁜 것입니다. 교회로 가는 길목에서 바라보는 산들이 색색들이 물들었고 가로수인 은행나무며 다운터널 근처와 북부순환도로의 벚나무 단풍도 참 아름답습니다.

그러고 보니 단풍만이 아닙니다. 여러 숙소를 다녀왔지만 우리 집이 최고입니다. 소복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뒷산을 오르다 보면 지레 놀라서 날아오르는 장끼와 까투리를 만나기도 하고 막 떠오르는 해님을 바라보는 것도 멋있습니다. 밥도 집밥이 최고입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이 동가식서가숙 해도 우리 집이 최고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동가식서가숙이라는 말이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고 여기 저기 욕심을 내거나 그저 어디 가면 유익이 있을까 해서 여기 기웃 저기 기웃거리는 정치꾼들을 빗대어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땅에서의 삶은 아무리 좋다 해도 결국 동가식서가숙 하는 것이지요. 내 집을 샀다고 좋아라 해도 얼마 가지 못해 또 이사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고 말입니다. 말하자면 “땅에서는 우리가 외국인과 나그네로 라”는 히브리서 말씀이 참으로 그렇구나 싶습니다. 이 나그네된 삶을 살아가는 동안 하나님께서 우리를 인도하시고 얼마 동안이지만 거처할 집을 주셨으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하지만 여기는 영구한 도성이 아니라 장차 본향에 이를 소망을 주셨으니 더욱 감사합니다.

뿐만 아니라 나그네 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베드로전서 2장 11절 말씀입니다. “사랑하는 자들아 거류민과 나그네 같은 너희를 권하노니 영혼을 거슬러 싸우는 육체의 정욕을 제어하라” 우리가 나그네 되었으니 이 땅을 살면서 욕심 부려서 여기 저기 기웃거리지 말고 살아라. 그렇게 욕심 부리고 살면 영혼이 피폐해질 것이다라는 말씀이네요.

단풍도 우리 동네가 제일 예쁘고 숙소며 밥도 집밥이 최고이지만 가장 좋은 것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자녀들을 한 날 가장 좋은 곳으로 인도하실 하늘 아버지가 계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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