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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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네 이야기

"말씀과 은혜, 그리고 가족의 소중한 삶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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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길에서

정근두 투데이N 칼럼 • • 읽는 시간 약 6분
원문 출처: 투데이N (Toda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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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엔 까미노’(Buen Camino)라고 인사하는 순례자의 대열에 들어갈만큼 신심이 깊지도 못한 사람이, 많은 사람의 버킷리스트인 산티아고 가는 길을 어쩌다가 걷게 되었습니다. 인생길이 그러하듯이 이번 여행길도 전혀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도되었습니다. 1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요즘 ‘뜨거운 감자’인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꽤 된다는 사실을 알고, 시카고 휄로우십 교회 담임 심창섭 목사님께서 느닷없이 마일리지를 활용한 여행을 먼저 제안해서 시작된 일입니다. ‘어디가고 싶으세요?’ ‘유럽이지요^^’ 그래서 한 번도 꿈꾸지 못한 마일리지를 활용한 해외여행건이 시작된 것입니다. 게다가 이번 여행이 결혼50주년 선물로 하나님이주신 것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만큼 예기치 못한 재정적인 후원도 받았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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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4월 1일 로마로 들어가서 26일 바르셀로나로 나오는 이태리-스페인 여정이 만들어졌습니다. 그 가운데 4월 15일(화) 사리아에서 출발해서 21일(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는 7일간의 산티아고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짐을 지고 일주일을 걷는다는 것은 치밀한 공부가 필요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짐을 줄이는 것이 큰 과제였습니다. 두 주간 이태리에 머물면서 이리 저리 생각해 보니, 마드리드에서 여행용 캐리어 두 개를 하나는 바르셀로나로, 다른 하나는 산티아고로 보내는 것이 최선의 방안처럼 보였습니다. 쳇지피티에게 물었더니 우체국을 통해서, 별도 포장 없이 캐리어를 보낼 수 있다는 답을 얻었습니다. 마드리드 공항에 나온 67학번 입학동기 김대영 선교사 님과 우체국에 갔습니다. 갔더니, 평소에 붐비던 우체국이 주말부터 연휴라 모두 떠나고, 월요일에는 늘 북적이던 우체국이 한산해서 기다릴 필요가 없이 순적히 캐리어 두 개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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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두 사람이 각기 자기 체중에 맞는 무게의 배낭을 지고 길을 떠났습니다. 보통은 하루에 25킬로 정도를 걷는 것이 상식이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아예 12킬로 정도 걷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면 왼 종일 걷지 않고 한나절만 걷고 점심 때쯤 다음 목적지에 도착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거리도 처음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등산팀 519부대와 함께 거의 매주 토요일이면 북한산을 대여섯 시간씩 걷곤 했지만 무거운 배낭을 지고 걷는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것을 첫 날 길을 나서자 말자 깨닫게 되었습니다.게다가 비는 시도 때도 없이 내리고, 때로는 바람이, 때로는 우박이 쏟아지고 눈까지 내렸으니, 처음 이틀은 걷는 것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조차 들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뚜벅뚜벅 걷는 아내가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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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하루를 걷고 나서는 비오는 날씨를 대비한 배낭 덮개도 사서 쒸우니, 심리적으로 위로가 되었습니다. 사흘째부터는 스틱과 걸음이, 또 배낭과 등허리가 서로 친해져서 서로에게 더이상 짐이 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걷는 속도도 조금씩 나기 시작했습니다. 대개 숙소에 도착할 즈음에는, 점심을 사서 먹었지만, 대부분의 숙소가 아침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 그 동네 가게를 찾아가서, 저녁과 아침을 먹을 것을 구입하고, 숙소에 도착하면 샤워를 하는 것만큼이나, 젖은 옷가지를 말리는 일이 주 업무로서 맨 먼저 자리했습니다. 하필 그 기간은 고난주간이었으니 딱히 불평할 이유도 없었지만 수난 금요일은, 종일 비옷을 벗지 못하고, 평소보다 늘어난 거리, 15킬로를 걷는 수난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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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는 사람들과는 입으로 ‘부엔 까미노’(Buen Camino)를 건네지만, 마음 속으로는, 내가 만든 신조어인 ‘부엔 나뚜라’(Buen Natura)를 읊조리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내가 살던 곳과는 다른 아름다운 자연이 길목마다 펼쳐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날씨도, 길가에 피어있는 풀과 꽃들도 아름다웠고, 계속 만나는 들판과 숲속의 초목도, 창조주 하나님의 솜씨를 찬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길을 걷는 중간에는 생리적인 볼일을 보기 위해서라도 카페를 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비록 이름은 이태리에서는 까페마키아또라고 하고 스페인에서는 까페꼴따도라고 불렀지만, 커피는 어디든 아주 싼 값에 마실 수 있었으니 감사했습니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크로와상은 어디든 가장 쉽게 만나는 빵이었고, 날마다 걷는다는 명분으로 먹을 수 있으니, 비바람 속을 걷는 고난 중에도 감사가 자리한 여정이었습니다.(구주대망 2025년 4월 15~21일, 산티아고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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